• 번호 : 3990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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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34) - 세상 만물은 사다리와 같으니 : 김진후(비오), 김종한(안드레아),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지로 너무 잘 알려져 있어 오히려 주변의 것들을 못 보기도 한다. 김대건 신부님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솔뫼에서 살며 신앙을 받아들인 조상들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왔다. 예수님조차도 성모님의 몸을 빌려 탄생하지 않으셨던가!

김진후(비오)는 김대건 신부님의 증조할아버지로 솔뫼에서 태어나 아들들이 먼저 알고 전해준 신앙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점차 굳건한 신앙인이 되었는데 이로 인해 받아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였다. 1791년 신해박해가 일어난 후에는 여러 차례 끌려가 심문을 받았고 유배형도 받았다가 풀려났다. 결국 1805년에 다시 체포되어 해미 옥에 갇혔고 그곳에서 10년간 옥살이를 하던 중 75살이 되던 해에 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김종한(안드레아)은 김진후의 셋째 아들로 김대건 신부님의 작은 아버지이다. 그가 먼저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한 후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신앙을 전해 주어 온 가족이 신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해미에서 옥살이를 하는 동안 집 안은 뿔뿔이 흩어졌고, 김종한은 경상도 영양의 우련밭(경북 봉화군)으로 가서 살았다. 거기서 복음을 전파하며 살다가 1815년 을해박해가 일어나자 체포되어 안동을 거쳐 대구로 이송되었다. 그가 옥중에서 형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세상의 만물은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이라, 그것을 잘 사용하면 선한 것이고 나쁘게 사용하면 악한 것입니다. 마치 사다리와 같아서 그것을 타고 올라갈 수도 내려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는 끝까지 올라가는 길을 택하여 1816년 12월 19일 대구에서 참수되었다.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은 김대건 신부님의 집안과 아무 관련 없는 인물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경상도 상주에서 태어나 신앙생활을 하던 그녀는 1815년 체포되어 경주에서 심문을 받았다. 그녀는“아무리 비천하고 무식하다고 하더라도 조물주이신 천주님의 은혜를 몰라보고 그분을 배반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굳건히 신앙을 고백하였다.

김윤덕은 대구로 압송된 이후 마음이 약해져 배교하고 풀려나가던 중 대구로 막 이송되어오는 김종한을 만나게 되었다. 김종한이 그녀에게‘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권면하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관장 앞으로 뛰어 들어가“원하시면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실한 신자입니다.”라며 다시 신앙을 고백하였다. 결국 그녀는 모진 매를 맞고 옥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녀도 김종한과 함께 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8월 26일자 대전주보 : 제2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