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텔레비전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아빠와 아들’코너가 인기다. 아빠와 아들 사이로 등장하는 뚱뚱한 두 개그맨이‘먹는 것’만을 소재로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소재가 바닥이 나서 금방 막을 내릴 줄 알았는데 참 다양한 이야기가 매주 펼쳐진다.
우리 한국 교회사에서도 아빠와 아들의 관계가 참 많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신앙을 아들이 물려받아 순교의 길을 함께 가는 내용들인데 몇몇 특정한 사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기록들에 끊임없이 등장한다. 오늘 소개하는 분들도 그러하다.
홍인(레오)은 1801년 4월 순교한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아들이다. 아버지 홍교만이 천주교에 관심을 갖고 아들에게 알려주었으나 먼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한 사람은 아들 홍인이었다. 천주교를 알려준 아버지가 오히려 신앙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자 아들은‘효성을 다하는 길은 아버지를 신앙으로 이끌어 들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망설이는 아버지를 신앙으로 이끌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둘은 함께 체포되었으나 옥살이는 따로 하게 되었다. 옥에서도 효도를 다하고 싶은 아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었으나 어느 곳에 있든지 둘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둘은 처형지도 달라 아버지 홍교만은 한양 서소문 밖에서 순교하고, 아들 홍인은 경기도 포천에서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
권상문(세바스티아노)은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아들이다. 권일신은 초창기 조선 교회가 설립되고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아들에게도 신앙을 잘 전수해주었다. 아들 권상문은 1791년 아버지가 신앙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이후 한동안 교회를 멀리하였으나 주문모 신부의 입국으로 다시 회복하여 올곧은 길을 갔다.
박해가 일어나 체포되어 심문을 받으면서 권상문은“(아버지가) 형벌을 받아 죽었으니 마음을 바꾸고 의도를 고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뉘우치지 않고 그대로 미혹된 것은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아버지로부터 배운 신앙을 버릴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빠와 아들. 개그 프로그램에서처럼 먹을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기도 하지만 신앙을 함께 나눌 사이이기도 하다.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분은 나를 낳아주신 아빠이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루가 11,12)는 말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내 아빠의 덕분이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8월 19일자 대전주보 : 제21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