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38275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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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11) - 최창주(마르첼리노)와 원경도(요한) - 장인과 사위

요즘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있어 우연에 우연이 반복되도록 설정해 놓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알고 보면 서로 친척이거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이 살고 있는 조그만세상이 존재하는 듯하다.

조선시대의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드라마를 찍는다면 억지로 설정해 놓지 않아도 저절로 요즘 드라마들처럼 될 것이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날 때까지 전국 신자를 다 합해도 수천명에 불과한데다 내포지방, 양근지방, 전주와 진산 일대, 서울 등의 주요 지역에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자들은 대부분 신자들끼리 결혼을 시켰으니 이렇게 저렇게 연결해 보면 일가친척이거나 사돈지간이 되곤 한다.

최창주(마르첼리노)와 원경도(요한)는 장인과 사위 관계로 같은 고을에 살며 신앙생활을 하였다. 이들은 1800년 부활절에 즈음하여 함께 체포되었다. 그때는 아직 천주교를 무조건 박해하던 때는 아니었으므로 그해 부활절을 맞아 원경도는 “개 한 마리를 잡고 술을 준비하여 근방에 사는 교우들과 모여서 길가에서 소리를 모아 기도하고 술 마시기를 반복하며”흥겹게 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고발에 의해 그 지역 신자 11명이 함께 체포되었다.

수차례의 형벌에도 불구하고 최창주와 원경도는 신앙을 끝까지 지키며 몇몇 동료들과 1년여 동안 감옥 생활을 하였다. 그들이 감옥에서 함께 기도하며 서로 우애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간수 중 하나는 감동을 받아 열심한 신자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생활을 다 마친 후 장인 최창주와 사위 원경도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같은 날 참수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아무리 죽을 죄인이더라도 부모와 자식은 같은 날 죽이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하지만 최창주와 원경도는 장인과 사위 관계여서 이 관습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1801년 4월 25일에 함께 순교하였다.

“부활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부활한 인간은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로 하느님 나라에 있을 거라고 이르신 말씀이다. 부활 때에 잡혀 이듬해 부활 즈음에 함께 순교한 최창주와 원경도는 마음에 이미 하느님 나라를 품고 부활의 삶을 살고 있었으니 어떻게 처형이 되든 상관이 없었으리라.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3월 18일자 대전주보 : 제2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