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37837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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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10) - 그분 편에 서기까지 :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과 홍낙민(루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순교한 홍교만과 홍낙민은 같은 홍씨 성을 가졌지만 본관이 서로 다르고 출생한 곳도 다르다. 하지만 삶의 조건은 비슷하였으니 두 분 모두 남인 양반 집안 출신으로 과거에 합격하여 관직에 오른 후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신앙을 갖게 되었다.

홍교만(F. 하비에르)은 다소 늦게 신앙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천주교에 대해 의구심을 갖다가 먼저 신앙을 받아들인 아들에게 교리를 자세히 듣고 난 후에 자신이 찾던 진리임을 알고 받아들였다. 후일 그가 심문을 받을 때 한 신앙고백은 그의 일생을 잘 말해준다.

“제가 이 학문을 수십 년의 세월을 허비하며 공부하면서 비로소 얻은 것을 이제 어찌 한마디의 말로써 억지로 뉘우친다고 하겠습니까? 저는 이미 강생한 예수를 알고 있으니 이제 갑자기 뉘우쳐‘예수가 그르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리에 평생 목말라하던 홍교만은 하느님을 큰부모(大父母)로 알아본 후부터 한결같은 신앙을 간직하였다. 그는 하느님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모를 부모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대답하면서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갔다.

반면 홍낙민(루카)은 조금은 에둘러 목적지에 닿았다. 교리를 아직 잘 몰랐던 초창기 신자들이 성직자를 임의로 선출하여 임명한 가성직제도(假聖職制度) 아래서 신부로서 지도자의 역할을 했던 홍낙민은 첫 번째 박해를 당하자 마음이 약해져 천주교를 믿지 않겠다며 비난하는 글까지 쓰고 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내지는 않은채 6년여 동안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에 이르러 다시 기회가 오자 그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내가 과거에 행하고 말한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수치스러운 은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섬기는 하느님은 하늘과 땅, 인간과 모든 창조물들의 최상 군주이심을 알아주십시오”라는 말로 신앙을 고백하였다.

예수님께서“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르 9,39),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다.”(루카 11,23)라는 서로 모순된 말씀을 하신 바 있다. 이 말씀이 홍낙민에게는 삶의 과정 안에서 모순되지 않게 실현되었다. 그는 한동안 예수님을‘반대하지 않는’정도의 삶을 살다가 마침내‘그분 편에 선’삶으로 옮아갔던 것이다. 홍교만처럼 한생을 늘 그분 편에서 꿋꿋이 살기도 하지만, 홍낙민과 같은 과정을 거쳐 그분 편에 서기도 한다. 이게 우리의 모습은 아닐는지.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3월 11일자 대전주보 : 제2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