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37445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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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05) - 떼어놓을 수 없는 신앙의 벗들 : 방 프란치스코, 박취득(라우렌시오), 원시보(야고보), 정산필(베드로)

   위의 네 분은 죽음도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는 신앙의 벗들이다. 네 분의 고향이 각각 면천, 홍주, 덕산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다. 이분들이 사시던 내포지방의 삽교천 인근은 경계가 뒤엉켜 있는 특수한 지역이어서 실제로는 멀지 않은 거리이나 행정구역은 달라 교우들이 체포될 때에는 각자의 관할 관청으로 끌려갔다.

   네 분은 서로 나이 차이가 많았으나 신앙을 가진 후에는 절친한 벗처럼 지내며, 넷 중에 누군가 체포되면 서로를 천주교 신자라고 고발하여 함께 순교의 길로 가자고 결심하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약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모두 차례차례 체포되어 관할 관청이 있는 홍주, 청주, 덕산으로 각각 시기를 달리하여 끌려갔다. 이분들은 다른 곳에서 옥살이를 하며 서로 만나지 못했으나 한결같이 신앙을 지키며 함께 약속한 길을 걸어갔다. 이들 역시 일반적인 사형절차가 아닌 매를 때려 죽이는 형벌(장사 杖死)에 처해지거나 옥중에서 교살되었지만 누구도 그들의 약속을 무너뜨리지는 못하였다.

   체포되기 전 이들의 신앙생활은 매우 실천적이어서 성경의 사도행전에 나와 있는 초기 그리스도교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조선의 풍습에 맞게 적용하였다. 재산이 많았던 원시보(야고보)의 경우 주일과 축일마다 음식을 많이 준비하여 모든 사람이 오도록 초대하였다. 그리고는“오늘은 구세주의 날이니 기뻐하며 이를 축하해야 하고, 동시에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재물을 나눔으로써 하느님의 선물에 감사드려야 합니다.”라며 사람들을 권면하였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가 들어오면서 생겨난 변화중의 하나는‘신앙을 매개로 한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이다. 길고 긴 그 이전의 역사 안에서 이와 비슷한 공동체가 있었을 것이나 천주교 신앙공동체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초창기 교우들은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신분과 나이, 가진 자와 없는 자, 혈연과 지연을 뛰어넘는 삶을 살려고 애를 썼다. 그분들에게는“너희가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거든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라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빈 소리가 아니라 삶의 지표였다. 성경에나 나오는 꿈같은 이야기가 250여 년 전 이 땅에서도 시작되었고 지금도 우리들을 그렇게 살도록 초대하고 있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2월 05일자 대전주보 : 제212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