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들’이라는 말을 풀어서 말하면 ‘우리 땅에서 순교한 분들’이다. 따라서 그 안에는 외국인으로 이 땅에 들어와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분들도 포함된다. ‘103위 한국 성인들’중에는 10분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있고, 하느님의 종 125위에는 1분의 중국인 사제가 있으니 바로 주문모(야고보) 신부님이다.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에 시작된 한국 교회는 자신들의 성화를 위해 미사와 성사를 집전할 사
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중국 교회에 파견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선발된 주문모 신부님은 윤유일(바오로)과 지황(사바)의 안내를 받아 조선에 입국하는데 성공하였고, 서울에 미리 마련해 둔 최인길(마티아)의 집에 숨어 지내며 사목활동을 시작하였다.
주 신부님은 우리 땅에 들어와 미사를 봉헌한 첫 사제로, 우리 교회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처음 얻은 사제였기에 교우들은 그분을“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여겼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 기다렸던 그분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성사를 받고 싶은 열망에 교우들이 조심성 없이 너무 몰려들
어 주 신부님의 밀입국 사실과 거처가 알려져 체포령이 내려졌다.
포졸들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안 최인길은 주 신부님을 피신시킨 후 시간을 벌기 위해 자기가 가
짜 신부 행세를 하였다. 중국어를 할 줄 알았던 그는 머리를 밀고 중국인처럼 포졸들에게 줄곧 중국어로 대답하며 관가로 끌려갔다. 오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고 그는 윤유일과 지황처럼 죽음에 이르도록 매를 맞는 형벌(장사)에 처해져 시신은 동료들과 함께 강물에 버려졌다.
피신에 성공한 주문모 신부님은 그 후 6년을 더 활동할 수 있었다. 1801년에 발생한 신유박해에 이르러 교우들이 줄줄이 잡혀가자 주 신부님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관가로 가 자수하였고 그 후 한강변 새남터에서 순교하였다.
요즘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짝퉁 물건들로 골머리를 앓곤 한다. 하지만 그 옛날 우리교회는 중국에서‘진짜(주문모 신부)’를 들여왔고, 진짜를 보호하기 위해 최인길은 스스로‘짝퉁’이 되어 대신 목숨을 내어놓았다. 하느님도 좋아하실‘값비싼 짝퉁’이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1월 29일자 대전주보 : 제2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