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37218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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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02) - 원시장(베드로)과 이도기(바오로) - 자기 십자가를 사랑한 이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또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38) 지금은 이 말씀을 각자 나름대로 의미로 새겨 받아들이지만 옛 교우들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실천하였다. 그것을 확연히 볼 수 있는 분들이 원시장과 이도기 두 분이다. 둘은 출생지도, 삶의 방식도, 순교한 장소도 다르지만 가족들을 동원한 관장의 유혹도 마다하고 자기가 져야할 십자가를 지고 끝까지 따랐다.

원시장(베드로)은 주변 사람들이 호랑이라고 부르며 멀리할 만큼 사나운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우연히 천주교에 대해 듣고 마음이 끌려“내가 50년 이상을 헛되게 지냈다.”하고는 집을 나가 1년 이상 교리를 배우고 온순한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많은 고향 사람들이 입교하게 되었다.

이도기(바오로)는 집안이 넉넉하였으나 입교한 이후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끌기 위해 5, 6차례나  이사하였다. 이로 인해 가산을 다 탕진했음에도 이사하는 곳마다 이웃을 권면하여 온 마을 사람들을 교우로 만들곤 하였다.

이러한 행적들로 말미암아 박해가 일어나자 두 분은 주동자로 지목되어 옥에 갇혔다. 이들이 잡혔을 때는 아직 천주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방 관장이 임의대로 직권을 남용하여 신자들을 처분하곤 하였는데, 원시장과 이도기에게 내려진 형벌은 신앙을 버리지 않거든 ‘장사’(때려죽임)시키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포졸들이 지쳐서 포기할 정도로 여러차례 오랜 형벌을 받으면서도 이를 주님이 주시는 십자가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더 어려운 고통은 가족들로 인한 것이었다. 원시장은 관장이 자식들 이야기를 하며 설득하자, “그 점은 무척이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이 순간 하느님 그분께서 나를 부르시는데 내가 어떻게 그분의 음성에 대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도기는 1년을 갇혀있는 동안 마음이 약해질까 하여 자식들에게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고, 자식들은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런 장면을 보면‘내가 이런 상황이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하였는데 요즘은‘신앙의 자유조차 보장하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이 가족을 갈라놓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무엇이 우리 가족을 갈라놓고 있는가?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01월 08일자 대전주보 : 제21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