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의 삶을 도둑질해서는 안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415항)
작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10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우리는 쓰리마일,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인류에게 경고했던 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 등이 단계적이고 즉각적인 핵에너지 정책의 폐기를 선언하였습니다.
인재이든 천재이든 사고로부터 핵발전소는 그 안전성이 완전하게 확보될 수 없기에 건설 그 자체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핵에너지를 홍보하는 것 자체가 바로 인류를 기만하는 핵 산업계의 거짓된 모습입니다. 민간용 에너지원으로 핵에너지가 사용되기 시작한지 50여년 밖에 안된 현재까지 벌써 세 차례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과거의 핵발전소 사고는 아직까지도 진행형이고, 그 피해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 어떤 시설보다도 안전하다고 장담하는 핵발전 시설의 사고는 인류에게 핵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죽음의 문화 정책인지를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인간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핵발전소 밀집도가 벨기에 다음으로 높은 우리나라에 다시 신규원전의 건설과 부지선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동해안가의 삼척과 영덕에 신규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미래 세대의 권리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 세대 역시 계속해서 이 땅을 일구며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땅을 보존하여 물려줄 막중한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진리안의 사랑, 50항)
이러한 시기에 하느님의 가르침과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결성된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의 출범은 시대의 징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교회의 또 다른 몸짓입니다. 대구대교구, 부산교구, 안동교구, 원주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출범하는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가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인류에게 하느님의 분명한 뜻과 의지를 세상에 드러내는 모임이 되기를 기도하며 희망합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의 의지에 동의하며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의 모든 활동과 노력들이 우리나라가 탈핵에너지 사회로 나아가는데 커다란 반석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지혜 11,26)
2012년 1월 16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