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 강론 전문 ]
아름답고 지혜로운 노인이 됩시다!
오소서 성령님,
노인 사목부의 상반기 연수가 거창합니다. 전재희(마리아)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특강도 들으셨고, 또 프로그램도 대단합니다. 충효의 고장 충청도이기에 노인, 어르신의 위력이 대단히 큼을 실감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르신 여러분,
제가 로마 유학 중에 이지노 지오르다니(Igino Giordani), 짧게 포코(Foco)라고 부르는 분을 알았습니다. 이태리분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셨고, 이태리 기독교 민주당 소속으로 하원 국회의원을 하셨습니다. 신문사 사장도 하셨으며, 저술한 책이 100여권이나 되는 이태리의 대표적인 가톨릭 지성인, 저술가이십니다. 그 분이 돌아가신 후에 시복을 준비 중이고, 현재 교회에서는 가경자로 선포하여 “하느님의 종”으로 부르고 있으며, 머지않아 복자품에 오르실 것입니다.
포코(Foco)는 1차대전에 참전하여 다리에 총을 맞아 다리를 조금 저셨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집은 수도회 건물로 큰 정원이 있었는데, 가끔 산책을 오셨습니다. 오시면 즉시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지혜로 가득한 눈으로 세상의 사건들에 대하여 들려주시는 말씀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하루는 산책을 오셨다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라자로, 내가 오늘은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해 줄게” 하고 말씀 하시면서 당신의 12살 손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자신의 손녀를 여자 친구로 여기듯이 몸은 노인이셨지만, 마음은 소년이었습니다. 그후 몇 년 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저도 장례미사에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이가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기에, 장례미사가 장엄한 축제였습니다. 제의도 흰색이었고, 알렐루야를 노래하였습니다. 제가 그 미사를 공동 집전한 후에 ”Foco는 천국에 가신 것이 아니라, 천국을 이 세상에 가져왔다“고 말하였습니다. 얼마 후에 잡지에 실린 Foco에 대한 특집에서 그 분의 또 다른 손자가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인터뷰를 하였는데 ”할아버지 Foco는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주셨고, 실지로 그랬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물론 우리와는 문화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느꼈으며, 손주들도 할아버지를 친구처럼 느끼고 대하였습니다. 바로 복음만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이고 젊음입니다. Foco는 자기에게 주어진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항상 사셨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에..., 내가 어렸을 때에...“ 등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일 Foco의 중재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노인들을 찾아갈 때에, 죄송한 마음이지만, 어떤 분은 잘 놓아주질 않으시기에 미리 빠져 나올 계획을 준비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쁜데 왜왔어. 안와도 되는데..., 빨리 가봐. 괜찮아“ 하고 말씀하시면 시간이 날 때에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아뵙곤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르신 여러분,
여러분 모두는 아름답고 지혜롭고 멋진 노후를 보내시다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건너가듯 이 세상을 떠나 천국의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가시기를 바라시지요. 맞습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을 말씀 드릴까요? 말까요?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시지만 과거에 대하여는 은총을 주시지 못하십니다. 과거에 대하여는 은총을 주시지 못하므로, 과거에 매달리면 사람이 추해져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더니 변했어.” 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좋았던 것은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잘못된 것은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면 됩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대하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 기억하기조차 싫은 사건 등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면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지각이 없습니다. 시작하면 빠릅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시고, 사랑이시고 전능하십니다. 당신 살과 피를 음식과 음료수로 주셨고, 우리의 머리카락 수까지도 세어놓으셨습니다. 우리가 저지른 어떤 잘못이나 죄도 다 용서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고 지금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내 것이 아닙니다. 큰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돈도, 건강도, 재능도, 이웃과의 관계도..., 모든 것이 다 불확실합니다. 걸음걸이도 전과 같지 않고, 듣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눈도 침침해 집니다. 미래는 내 것이 아니고, 불확실하므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하여만 은총을 주십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처지에서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면,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백배로 갚아 주십니다. 지금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면서, 특별히 만나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자신의 처지에 맞게 신문도 읽으시고, 뉴스도 보시면서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성경 말씀이 있는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입니다. 우리는 보통으로 받을 때에 행복합니다. 선물을 받고, 축하를 받고, 대접을 받으면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 복음의 눈으로 보면 주면 더 행복해 집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공짜로 주셨습니다. 공짜로 주셨기에 어느 것 하나 죽을 때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손을 움켜쥐고 태어나지만, 손을 쫙 펴고 죽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이웃에게 봉사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주셨습니다. 재물, 재능, 시간도 이웃에게 주어야 합니다. 또한 예쁘게 봐 주고, 용서해 주고, 참아 주고, 기다려 주고, 잘못을 덮어 주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웃이 말할 때에 잘 들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것도 줄 것이 없으면 기도해 주고, 내가 겪는 모든 어려움을 이웃을 위해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이웃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부자도 없고, 이웃에게 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가난한 이도 없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나 혼자 행복하려고 하면 모두가 불행에 지고, 이웃을 행복하게 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덕만 계산해 주십니다. 하느님께 갈 때에 덕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성당에 오는 것은 죽었을 때에 내 힘으로가 아니라, 죽은 내 몸을 다른 사람들이 관에 넣고 성당에 와서 제대 앞에 놓습니다. 마지막 듣는 복음 말씀이 “내가 배고팠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가장 미소한 자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내게 베푼 것이다.”(마태 25,31-45 참조) 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좋으신 예수님께서는 천국에 들어가는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 주셨습니다. 일생 동안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면서 하느님께 가장 빠른 지름길로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형제는 나에게 진주, 보석, 보물처럼 소중합니다. 이웃에게 봉사하고, 이웃을 사랑한 후에 십자가나 성모님을 바라보면 큰 사랑을 느낍니다. 그러나 죄짓고, 욕심부리고, 이웃과 싸운 후에는 예수님도 성모님도 멀리 계심을 느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르신 여러분,
시장이나 구청장님, 동장님들, 아마도 장관님도 같으실 텐데, 이분들이 노인들을 매우 무서워하십니다. 막무가내로 해 내라고 말씀하시고, 때로는 다음 선거 때에 보자고 하시던가, “나이가 몇이야?” 하시면서 소리를 높이시면 정말 할 말이 없고, 큰 곤혹을 치르게 됩니다. 다른 분들은 그러셔도, 우리 신자 어르신들은 절대로 그러시면 안됩니다. 오히려 그분들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더 잘 하시고,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많은 이들을 위하여 잘 봉사하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협력해 주셔야 합니다. 멋진 어르신, 지혜로운 어르신, 늘 젊음이 넘치는 어르신이 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노인들이 여러분들을 본받아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의 은혜롭고 열정적인 삶이 선배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으로 나타나고, 후배들에게는 닮고 싶은 귀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자녀들에게는 신앙을 가장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주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신앙을 유산으로 받은 자녀는 어떤 어려움이나 시련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도 잘 정리하셔야 합니다. 젊어서 먹고 입지 않고 귀하게 번 재산을 자녀들에게 남겨주면서, 자녀들 사이에 유산 다툼이 벌어져서, 서로 발을 끊고 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막 정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사회나 교회에 기부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부문화 확산도 매우 가치있는 일입니다.
저는 교구 사목을 통하여, 특별히 노인 사목부를 통하여 우리 어르신들이 하느님 안에서 은혜로운 삶을 사시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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