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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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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웃의 발을 씻어주는 사제되게 하소서! - 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

이웃의 발을 씻어주는 사제되게 하소서!

2010년 4월 1일(목) 10:30 성유축성미사

대흥동 주교좌 성당

 

오소서 성령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들,
사제의 해를 보내면서 맞은 성목요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목요일에 당신이 지상에서 하시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제직을 설정하시고, 베드로 위에 세운 당신의 지상 교회에 봉사하며, 교회를 이끌도록 하셨습니다. 성 목요일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예”하고 대답하고, 사제로 불림을 받은 우리 모든 사제들의 생일날입니다. 사제로 불러 주셨음에 감사드리면서,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계신 신부님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그 동안 우리 대전 교구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을 위하여 착한 목자로 헌신적으로 봉사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구 사제들 중에 유학, 교포 사목, 선교, 업무, 병환 등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모든 신부님들을 기억하면서, 특별히 영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신부님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교구에서 봉직하시다가 하늘 아버지 집으로 먼저 가신 신부님들도 기억하도록 합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매우 소란하고 어지럽습니다. 아침부터 밤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조용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은 우리를 세상 한 가운데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깨어 있지 않는다면, 노력하지 않는다면 혼란한 세상의 흐름 속에 푹 파묻혀 살도록 만듭니다. 사제는 땅에 두 다리를 디디고 살면서도 마음의 눈은 항상 하늘에 두고 사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사제는 세상에 사는 “하느님의 사람”이며 “관상하면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사람”이며 “관상하면서 활동하는 사람”인 사제는 성 삼위의 삶을 닮은 친교의 교회 안에서 모든 이들과 친교를 나누며 소통을 하고, 사랑의 관계를 맺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한 분이시면서 삼위를 이루고 계시는 친교의 하느님, 공동체의 하느님, 관계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전화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 화상 통화와 인터넷 등,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있습니다.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고독과 외로움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만을 내세우고, 자신의 이익만을 찾는 이기적인 모습이 가져오는 결과입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요, 나만 잘 되면 그만 이라는 풍조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더불어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나 혼자만 행복하려고 힘쓰면 모두가 불행해 지고,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면 나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해져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집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이웃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합니다.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며, 이웃을 향하여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이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들,

며칠 전에 묵상을 하다가 제 자신이 크게 반성하는 감명 깊은 글을 읽었습니다.
“수난의 유물”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예수님 수난의 유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러운 물로 가득 찬 바가지 하나를 택하렵니다. 이 그릇으로 세상을 돌며 모든 발 앞에서 마른 수건을 내 허리에 두르고 가장 낮은 자세로 구부리며, 원수들을 친구들과 구분하지 않기 위해 허벅지 위로 머리를 들지 않고 악인, 무신론자, 마약하는 이, 감옥에 갇힌 이, 살인자, 나에게 인사하지 않는 이, 내가 전혀 기도해 주지 않은 동료의 발을 침묵 속에서 씻을 것입니다. 모두가 나의 사랑 안에서 예수님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기까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일이십니다. 우리가 일생을 따르기로 다짐하고, 그 분의 뒤를 이어 사제가 된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특별히 우리 사제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자신만을 내세우는 세상에서, 어떤 차별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며, 발을 씻어주는 스승이신 예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 착한 목자로서의 사제를 세상 사람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06년 성목요일 강론에서 “발을 씻어 주심의 의미”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이의 발을 씻는 것’은 어떤 일입니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것은 타인을 위한 선의의 모든 행동이 발을 씻는 봉사라는 것입니다. 이 일에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낮아져서 겸손과 선행을 위한 용기를 배우고, 거부를 받아들이는 여력을 배우며, 무엇보다 선의에 확신을 가지며 그 속에서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더 깊은 측면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더러움을 당신의 선의에서 나오는 정화의 힘으로 없애십니다. 서로 발을 씻는 일은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우리가 서로 용서하는 것으로, 유용해 보이지 않는 것과도 함께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의미는 당신이 다른 이들에 의해 인내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우리 서로가 서로를 인내해준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서로 정화해 주고, 서로 하느님의 말씀에서 나오는 거룩하게 하는 힘을 선사해주며, 하느님 사랑의 성사로 서로 이끌어 준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의 삶은 계속하여 발을 씻어주는 자세로 살 때에 스승이시며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더 잘 닮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부족한 우리 주교들과 우리 신부님들에게 베풀어 주시는 사랑과 협력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본당에 들렀다가 신부님이 계시지 않으면 성당이 비어있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제 없는 본당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교구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부님들이 계시고, 신학교를 통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사제직을 지망하고 있기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는 마음입니다. 형제자매님들께서 우리 신부님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신부님들의 사목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날 참된 신앙생활을 하기가 매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세상이 돈 중심, 자기중심이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팽배해 있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만이 우리에게 참된 기쁨, 평화, 자유를 주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특별히 복음 말씀을 구체적인 생활에서 살아야 합니다. 삶의 원칙이 복음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살 때에 성덕으로 나아가는 은총의 삶을 살게 됩니다. 신앙이 기쁨으로 변합니다.

우리 자신을 십자가의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아 죽을 때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처럼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하늘 아버지를 더 많이 닮는 자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그런 은총을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
은혜로운 사제의 해에 맞는 성목요일입니다.
성목요일은 사제 수품을 받은 우리 모든 사제들의 생일입니다.
신부님께서 우리 대전교구에서 봉사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신부님께서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고 은혜로운 사제의 삶이 계속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성목요일에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하면서 신부님과 함께 직무 사제직에 감사하면서 대전교구 사제단의 일치와 형제애를 다짐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대전교구와 부족한 주교를 위한 신부님의 기도와 사랑과 협력에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시복을 준비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반 투안 추기경님께서 감옥에서 쓰신 묵상들을 모은 ⌜희망의 기도⌟를 성목요일에 저의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로 드립니다.

사제직으로 불러주셨음에 감사하고, 어떤 처지와 환경에서도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 착한 목자로 살도록 새로운 희망을 주는 글들입니다. 

신부님, 예수님의 부활도 미리 축하드립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0년 4월 초하루, 성목요일에

유 흥 식 라자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