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6056
  • 글쓴이 : 사무처
  • 작성일 :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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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09년 교구장 주교 부활절 메시지

2009년 부활절 메시지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미움과 어둠을 이기시고 생명과 사랑과 빛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모든 이에게 풍성하게 내리시길 기도드립니다.

1.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음을 믿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예”하고 대답하고, 그분을 따르고, 그분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에게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믿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의혹으로 가득차 있었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 사이에 함께 걸으시면서 설명해 주셨고, 빵을 떼어 나눈 후에야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루카 24,13-35 참조).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다는 제자들에게 사도 토마스는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하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도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2.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지만 세상살이는 여전히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에 미움과 분노의 크기는 날로 커져가고 사랑과 온유, 너그러움의 크기는 작아져만 갑니다. 오늘의 금융위기도 따지고 보면 법적 투명성과 책임감의 결여, 잘못된 가치관을 토대로 사회를 건설하려 했다는 것에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의 영적 수준과 도덕 수준은 점점 낮아져만 갑니다. 작금의 위기상황은 아득한 옛날과 비교해 뿌리 깊은 영적 위기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한 것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는 현대에 정신적 빈곤은 점점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서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 삶이 고독과 외로움에 빠지게 되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3.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미움과 어둠과 죽음을 사랑과 빛과 생명으로 이기셨습니다. 그리스도인도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어둠을 밝히고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럽게 부활하시기 위하여 먼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첫 번째 메시지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사랑할 때에만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라는 성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살 수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은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이어야만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듯이 자신을 버리고, 비우고, 낮추고, 십자가에 못 박을 때에만 부활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4.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지난 2월 16일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온화한 미소, 감사의 실천과 사랑의 실천은 바로 부활한 삶의 모습입니다. 김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이제 고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 빈소를 마련하고 즉시 명동 대성당으로 갔습니다. 저는 김 추기경님을 모신 유리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 후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김 추기경님께 자신이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최고의 사랑과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모습 등은 아주 성스러운 광경이었습니다. 김 추기경님이 참 행복하신 분이심을 보았고, 김 추기경님은 천국에 가셨을 뿐만 아니라 천국을 이 땅에 가져오셨음을 느꼈습니다. 국민들 각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겠다고 다짐한 장례 기간의 일들은 국민 전체가 양심성찰을 하는 은혜로운 사건이었습니다. 김 추기경님께서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김 추기경님께 행동으로 답할 차례입니다. 믿음과 삶이 일치했던 추기경님의 신앙과 삶을 본받아 더 좋은 교회,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작은 김 추기경”처럼 사는 것은 바로 부활의 삶입니다.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우리도 어떤 어려움이나 유혹도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옛 인간이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이 소멸하여, 우리가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로마 6,6). 우리 주위의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 속에서 평화와 희망의 삶이 계속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이천 구년 4월 12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