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41920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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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목요일 성유축성미사

천주교 대전교구는 예수 부활대축일을 3일 앞둔 성주간 목요일인 3월 28일(목) 오전 10시 30분에 교구 사제단과 신자 16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했다.

또 이날 미사에서는 각 성당에서 1년 동안 각종 성사와 전례에 사용되는 병자 성유, 예비자 성유, 크리스마 성유를 축성했다. 세례식과 병자성사, 예비자 봉헌 때 오늘 축성된 성유를 사용하게 되는데 세례식 때에 물로 씻는 예식 직후 성유를 이마에 도유함으로써 보통사람에서 하느님께 속한 사람, 곧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이때 도유하는 것은 성령을 받아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성유 축성 미사에서 사제들의 서약 갱신과 성유 축성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고자 ‘축성’되었으므로, 새 성유를 나누어 받듯이 이 예식으로 사제 생활을 새롭게 갱신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렇게 성유 축성 미사는 그리스도인이 성령으로 축성되었으며,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따라 교회 공동체가 축성 받은 사제직을 실천하는 일, 곧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자격을 갖춘 자녀들이 되었음을 일깨워주는 자리이다.

다음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의 성유축성미사 강론 전문이다.

성 목요일 사제들에게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오소서, 성령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인 성목요일에 당신이 지상에서 하시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제직을 설정하시고, 볼 수 있는 지상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제직을 제정하셨으므로 성 목요일은 우리 사제들의 생일입니다. 사제 서품 받을 때를 기억하면서 교회 안에서 하느님과 약속하였던 서약을 갱신하기도 합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사제로 불러 주셨음에 감사드리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자유 의지로 대답을 해주신 신부님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좋은 길을 잘 선택하셨습니다. 그 동안 우리 대전 교구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을 위하여 봉사해 주심에 또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안에서는 거리가 없으니, 우리 교구의 신부님들 중에 유학, 교포 사목, 선교, 업무, 병환 등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신부님들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교구에서 봉직하시다가 하늘 아버지 집으로 먼저 가신 신부님들도 기억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신부님들,
근래에 우리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이고 세계의 이목이 가톨릭교회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았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임과 새로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입니다. 언론들은 나름대로의 해설과 함께 뽑히실 분들에 대한 예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분이 교황님으로 선출되셨습니다. 교회는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고,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활동하고 계심이 증명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였습니다.

저에게 교황님이 어떤 분이냐고 묻는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하시기에 가장 큰 십자가를 지고 계신 분’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위대한 용기와 자신을 내어주는 겸손의 자세로 교황 직무를 사임하고 하느님 나라를 향한 단순한 순례자의 삶을 시작하시는 모습에 감동하였습니다. 후임 교황님에게 조건없는 순명과 공경을 약속하시고, 하늘나라를 위한 단순한 순례자로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며 살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조용하게 살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새 교황님의 단순하시고 격의 없으시며 자신을 낮추시는 가난하고 겸손한 모습은 가톨릭신자는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많은 격식을 타파하는 새로움으로 받아들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 자신에게는 몸에 배인 일상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매우 새롭고 신선하게 보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나오셔서 첫 만남의 순간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신자들에게 첫 강복을 주시기 전에 먼저 신자들의 기도를 청하면서 축복해 주기를 기도해 달라고 청하신 후에 고개를 숙이시고 잠시 침묵을 지키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자신을 로마 주교로 부르셨고, 로마 주교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이 되신 후에 콘클라베에 참석하신 추기경님들과 함께 봉헌하신 첫 미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할 것을 명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속적인 가치를 내세운다면 우리는 주교일 수도, 사제일 수도, 추기경일 수도, 교황일 수도, 그리고 그 모든 사람일 수도 있지만 예수님의 제자는 아닙니다. 예수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교회는 인심 좋은 NGO단체에 불과합니다... 영적인 가치가 아닌 세속적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일을 이룩하려 한다면 어린이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아서 곧 모두 무너져 버릴 것입니다.” 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추기경님들에게 “주님의 십자가와 함께 주님의 현존 안에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집시다. 십자가 위에서 주님의 피를 흘려 세우신 교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집시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유일한 영광을 고백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집시다. 이렇게 하면 교회는 전진할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함께 할 때에만 교회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이미 언론을 통하여 잘 알고 있듯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 추기경님께서는 교황의 이름으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하시게 된 일화를 3월 16일(토)에 콘클라베를 통한 새로운 교황 선출을 보도하기 위하여 세계에서 모여온 6.000여명의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소개하였습니다. “클라우지오 우메스 추기경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가난한 이들’이 마음에 화살처럼 꽂혔습니다. 제 마음 속에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사람, 평화의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고, 피조물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보여 주셨던 가르침의 핵심은 복음적 가난, 형제애(frati), 대자연이 함께 누리는 평화(평화의 기도)입니다. 당시는 어쩌면 오늘의 우리 사회처럼 돈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명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오늘의 모든 문제들 밑에는 돈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복음적 가난은 오늘의 교회와 인류가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위하여 살아야 할 신비입니다.

오늘날에 윤리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성의 문란”은 도를 넘었습니다. 최첨단 IT기기들을 통하여 유통되는 음란물과 포르노의 확산은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참된 가치가 사라지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계 평화는 서로간의 신뢰에 바탕을 둔 대화를 통한 공동선의 증진이 아니라 무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남과 북의 대결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들 사이의 간극이 너무도 크기만 합니다.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커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현실도 세계의 현실도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어려운 처지의 교회와 세상을 위하여 좋으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시대의 징표이며 섭리임이 틀림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성 요셉 대축일에 하신 교황 즉위 미사 강론에서 성 요셉께서 사셨던 삶을 소개하셨습니다. 특별히 수호자, 보호자로서의 요셉을 소개하시면서 가정을 수호하고, 교회를 수호하고, 어려운 이들을 수호하고, 자연을 수호하자고 호소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에 바탕을 둔 요셉의 삶, 프란치스코의 삶이 바로 교황님의 역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마음을 찌르는 감동적인 말씀이었습니다.
교황님의 취임 미사 강론 제목을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라고 교황청 신문의 타이틀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세상은 강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드러움이, 약함이, 사랑이 이깁니다. 복음의 논리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승리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복음의 부드러움만이 세상의 강함을 이길 수 있습니다.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뭔가를 짓고, 십자가 없이 예수님을 고백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겸손, 부드러움, 단순함, 어려운 이들에 대한 사랑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복음적인 부드러움은 오늘의 교회를 쇄신하고 현재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취임 미사에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보호하기,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기, 모든 사람, 특히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이는 로마의 주교가 수행하도록 요청 받은 봉사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이런 봉사는 우리 모두가 요청 받은 봉사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우리도 교황님과 함께 사랑으로 보호합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위대한 용기와 자신을 내어주는 겸손에 감사드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주심에 감사드리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와 협력을 통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교회를 쇄신하고, 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사랑하는 신부님들,
신부님들께서 부족한 주교인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과 신뢰와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주교의 가장 큰 직무중의 하나가 신부님들을 신뢰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저의 주교직무 수행에서 기대하신 만큼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시는 신부님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아울러 제 삶의 방식, 교육, 그리고 역할에 대한 부담 등으로 신부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신부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음에 대하여도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주교를 어여삐 보아 주시고,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신부님들과 신자들의 기도와 사랑의 힘으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말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3월 28일, 성유 축성 미사에서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기사제공 : 대전교구 홍보국
사진제공 : 대전교구 홍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