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917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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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성모승천대축일 메세지

성모승천대축일 메세지

2005년 성모승천대축일 메세지

친교의 공동체를 위하여

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로 불러올리신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듬뿍 내리기를 축원합니다.

성모님의 축일에 우리는 해방과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겨레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를 실감하면서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또 그분을 본받도록 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루가 1,42).

이 대목에서 마리아가 단순히 예수님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복되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뒤이어서 엘리사벳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을 통해서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배워야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의 모범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2. 올해 2005년은 지난 20세기 초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일본이 우리의 자주권과 외교권을 빼앗아버림으로써 실질적인 식민지 지배를 시작했던 ‘을사조약' 강제체결 100년이 되는 해이며, 동시에 우리 겨레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60년, 즉 광복의 연륜이 화갑(華甲)을 맞이한 뜻 깊은 해입니다. 오늘이 바로 해방의 날이며 광복의 기쁜 날입니다.

그러나 지난 1세기의 역사는 암흑과 고난과 질곡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어 천부의 인권을 지닌 이 땅의 백성들이 35년의 긴 세월을 압제와 가난과 핍박으로 인간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해야 했으며, 1945년 8월에 강대국의 힘으로 광복을 맞이했으나 곧바로 분단을 겪으며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기까지 했습니다.


3. 이제 광복 60주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분단국의 백성으로서 이에 따른 아픔과 비극을 극복해야 할 과제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념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토와 민족 분단의 긴 세월을 살고 있는 아픈 현실을 우리 교회는 직시해야만 합니다. 현재 북한의 핵을 두고 이루어지는 국제관계가 많은 이들에게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국제관계는 냉혹한 것이므로 명석한 머리와 뜨거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남과 북의 문제는 주변 국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힘으로 만나고, 대화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변 국가들은 우리의 통일보다는 현재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족 전체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고,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하느님의 도움을 청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체육과 문화의 교류,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 개성 특구, 도로와 통신의 연결 등 남북을 이어주는 사업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지게 하는 수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진전되기를 바라면서, 남북의 모든 관계와 협력이 정치적인 논리에 영향을 덜 받았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의 많은 동포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제대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민간 차원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종교인들이 사랑의 손길을 펴 가는데 앞장서야 할 줄 압니다.


4. 지난 4월 2일에 선종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생전에, 한국 가톨릭교회가 아시아 교회를 도와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교회 초기에 프랑스 선교사들이 오셔서 순교까지 하셨습니다. 6・25전쟁의 어려움 중에 배고프고 춥고 아픈 우리에게 실로 여러 나라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이웃 나라의 백성들에게 도움을 줄 때가 되었습니다. 넉넉지 않지만 물질적으로는 물론이고 선교사도 파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 대전교구에서는 몽골에 두 분, 자유중국에 두 분, 일본에 한 분, 남미에 한 분이 선교사로 파견돼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여러 나라 주교님들이 선교사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가능하면 신부님들을 선교사로 파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협조할 것입니다. 부족해도 나눌 수 있는 복음의 정신을 실천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신자 여러분에게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북녘 동포들의 생존권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특별히 오늘 승천하신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많이 바쳐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저는 여기서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며, 하느님만이 그 시작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시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배아줄기세포연구 결과 발표로 마치 난치병 환자의 치료가 당장 해결되는 것인 양 우리 사회가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신자들마저도 이를 잘못 알아듣고 “교회가 양보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가톨릭교회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한다고 해서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고 그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그들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한 생명을 치료하고자 또 다른 생명을 제삼자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희생시키는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며,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전성도 탁월합니다. 그래서 우리 가톨릭교회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소를 건립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노력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인간은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지난 6월 4일 천주교 주교회의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가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바 있기에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첫째, 황 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의 복제와 파괴라는 반생명적인 행위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인간배아를 복제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생산해낸다는 의미로, 이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창작품(창세 1,26-28; 2,7 참조)으로 믿는 우리의 신앙에 대립합니다.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이며, 따라서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둘째, 이번 연구로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만 연구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복제인간을 출현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셋째, 인간배아 복제 연구로 해서 여성들은 자칫 생물학적인 몇 가지 기능만 수행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위험입니다.


6. 우리 대전교구의 관할 지역인 충청도는 가톨릭교회에서는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고, 나라를 위한 위인들이 많이 나오셨으며, 현재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전교구는 이런 보석과도 같은 유산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비춰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그분들이 지니셨던 마음을 오늘의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물질만능과 세속주의의 팽창 등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기가 매우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복음을 중심에 두고 참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말씀을 살고, 말씀이 중심이 되는 교회 공동체를 꾸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교인 저를 포함해서 모든 신부님들과 형제 자매 모두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친교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줄 압니다. 이렇게 할 때, 성령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성모님께서 하느님께 전적인 신뢰를 드려서 인류를 구원하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듯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로써 우리가 소망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청해야 되겠습니다.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05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 흥 식 라자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