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902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7/11/08
- 조회수 : 3,420
[아침마당]재물에 대한 어리석은 집착
조성광 신부, 대전교구 성소국장
2007년 11월 05일 (월), 충청투데이
3형제가 있었다. 아버지는 첫째와 둘째는 공부를 시켜 외지로 보냈고 막내는 고등학교만 졸업한 후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게 했다. 막내는 자신만 시골 촌뜨기로 살아가는 것이 억울했지만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남은 재산을 분배하게 됐다. 재산이라야 작은 야산과 얼마 안 되는 논밭이 고작이었다. 첫째, 둘째는 도시에서 이미 넉넉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이 섰고, 시골 땅 갖고 있어야 돈도 되지 않다고 여겨 모든 것을 그동안 부모님을 모시며 고생한 막내에게 줬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 일대가 신도시 예정지로 선정돼 땅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시골마을이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형들은 고향에 내려와 막내에게 자신들에게 유산으로 주어진 땅값을 달라고 성화를 부렸고 막내는 그럴 수 없다고 버텨 법정 소송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결국 그렇게 우애가 좋던 형제들은 철천지 원수가 됐다.
부모님께서 어느 정도 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시면 반드시 유산 문제로 형제들끼리 싸운다고 한다. 유산이 아니면 부조금 때문에 싸운다고 한다. 자기 때문에 온 문상객이 많다고 서로 주장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눠주라고 일러 주십시오"하고 청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아마 그 사람도 유산문제로 형과 아옹다옹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해성사 중 이것과 비슷한 사연을 많이 듣게 된다. 평생 병든 부모님을 수발들고도 유산 한 푼 받지 못한 사람들, 다른 형제의 억지로 인해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
이런 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참 착하다.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고 다 주는 스타일이다. 누가 재화 앞에서 욕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돈 앞에서 누가 성인군자처럼 돌덩이 보듯 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은 이런 비유를 말씀하신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많은 소출을 내 그것을 보관할 큰 창고를 짓고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놓을 계획을 하면서 이제부터는 먹고 마시며 즐기리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날 밤 그 사람의 목숨을 되찾아 가실 것이라 하면서 그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드러낸다. 돈이 생명을 보장하지 못하고, 재산이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 한 핏줄로 맺어진 인연마저 끊게 만드는 그것들을 모아놓고 안심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한 욕심 많은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돈과 보석들을 넣어둘 금고를 특별 제작해 집에 설치했다. 그 금고는 아이들 방만큼이나 컸다. 어느 날 재물을 헤아리려 금고에 들어간 그 부자는 열쇠를 갖고 들어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작동하게 돼 있고 방음장치까지 완전히 갖춰진 그 금고에서 부자는 결코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 달 후 금고를 제작한 사람이 와서 금고를 열었을 때 부자는 부패된 채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었다.
이 욕심 많은 부자는 자신의 재물에 집착하다가 결국 생명도 재물 때문에 잃고 말았다. 물론 재물이나 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 그리고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재물은 필요하고 내일을 위해 저축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재물에 대한 탐욕이다.
재물의 노예가 되고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 돈이 주는 헛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겨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주의해야 한다.
얼마 전 남겨진 재산 대부분을 아버지의 유언대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찾아오신 분이 있었다. 이런 분들이 더욱 많아져 기부가 우리 모두의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