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887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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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제단과 재벌 공화국, 언론
미디어오늘|기사입력 2007-11-06 13:40
[사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고 있다. 이 사회의 언론과 검찰, 재경부, 국세청, 삼성 등을 향해서다. 삼성의 내부 비리를 청산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사제단은 지난 5일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의혹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증언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했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 삼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천주교 신부들이 김 변호사와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결의는 20년 전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을 천하에 알린 그 때를 떠오르게 한다. 사제단의 삼성 비리 고발이나 20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할 때의 모습은 광야를 향해 진실을 외치는 신앙인의 옹골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신부들의 고발에 대해 언론, 검찰 등이 보이는 소극적 태도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물론 권력 구조의 내용은 크게 달라졌다. 20년 전은 독재 정치 권력이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공룡처럼 비대해진 재벌 권력이 권력 구조의 최정상부에 있다. 언론과 검찰 등이 최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습성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하다.
사제단은 20년 전인 1987년 군부 독재의 살인마적 실체와 함께 박종철 고문 살해 사건의 진상을 천하에 알리고 6월 항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꽃피게 만든 6월 항쟁은 신앙인들의 목숨을 건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제단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연 기자 회견의 제목은 다음과 같이 길다. ‘돌아온 아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과 삼성,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등의 철저한 반성을 위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호소와 양심성찰 기도.’ 이날 사제단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언론과 검찰, 국가기관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제단은 “삼성이라는 최대기업이 ‘검은 제물’을 통해 언론, 검찰, 금감원 등 주요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통제하고 망가뜨리고 있는지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나섰다. 언론, 국가기관의 묵인과 직무유기로 여기까지 왔다. 먹이사슬로 이어진 이 같은 상황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사제단과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은 매우 충격적이다. 우선 김 변호사의 이름으로 된 계좌에 50억 원의 비자금이 들어있는 것처럼 삼성이 임원 명의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로비를 지시한 것 같은 문건을 공개했다. 또한 2002년 대선자금이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 비자금이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 수사ㆍ재판 때 증인ㆍ증언 조작이 이뤄졌다 한다. 법조계ㆍ국세청ㆍ재경부 등 각계에 뇌물성 `떡값'을 돌렸다는 것 등이다.
사제단은 검찰 등이 삼성에 대해서는 오불관언하고 있으며 언론이 삼성 관련 비리를 “연예인의 추문을 다루듯 한다. 공론을 통해 함께 고민하자는 것인데 언론은 삼성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 명단이나 찾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사제들은 김 변호사가 털어놓은 고백의 진실을 확신하면서 삼성이 인정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실체를 밝힐 때까지, 그래서 경제정의가 실현되고 경제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사제의 소명을 걸고 오늘의 의로운 싸움을 거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삼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이뤄지게 되었다. 사제단이 삼성 비리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수사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크다. 우리 사회는 IMF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특히 거대 기업이 공룡처럼 비대해져 경제정의를 짓밟는 일이 흔하다. 대선을 맞아 재벌의 이익 추구에 앞장선 위험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제단의 결의와 다짐, 행동이 재벌 공화국을 청산하고 진정한 경제 민주공화국으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거기에 언론도 제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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