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875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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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교황-사우디 국왕 역사적 만남

가톨릭ㆍ이슬람 갈등 해소 전기 마련


세계 2대 종교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수장이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유럽을 순방 중인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6일 로마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만난다.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인 사우디 국왕과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사우디 국왕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교황은 대이슬람 강경 이미지를 누그러뜨릴 기회를 갖게 됐다.

세계무슬림연맹 이탈리아 지부장인 마리오 사크졸라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인 사우디 국왕이 교황과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지난해 이슬람을 폭력으로 얼룩진 비이성적인 종교로 묘사하는 이슬람 비하 발언 파문으로 무슬림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힌 바 있다.

이번 만남은 교황의 발언 파문 이후 경색된 이슬람교와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DPA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전했다.

사우디와 바티칸은 아직까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 국왕은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라는 점에서 이슬람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최고의 성지는 사우디의 메카와 메디나. 메카는 예언자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으로 이슬람교가 시작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해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순례자들로 홍역을 치른다.

그러나 사우디는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국가 중에서도 이슬람 외 다른 종교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힐 정도다.

실제로 다른 종교의 공공 전시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성직자의 입국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로마에서는 1995년에 5000만달러 이상에 달하는 사우디의 자금 지원으로 중앙이슬람 사원이 건설됐다. 이후 로마교황청은 사우디도 이에 상응하는 호혜적 자세로 전환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사우디는 무슬림 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측은 "바티칸 안에 이슬람 사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반문한다.

DPA통신은 "사우디에서는 이슬람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예배를 올릴 장소도 없을 뿐 아니라 종교서적이나 상징물을 갖고 있으면 체포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는 현재 8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의 종교 분포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필리핀 정부는 사우디 내 필리핀 근로자 120만명의 90%가 가톨릭 교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요구한 한 가톨릭 성직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밀리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고, 교황과 사우디 국왕의 만남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파드 국왕 서거로 국왕에 취임한 압둘라 국왕은 취임 이후 여성 인권 향상에 힘쓰는 등 인권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운전을 못하고 결혼이나 남자 친척에 의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압둘라 국왕의 이번 유럽 순방은 지난 2005년 취임 이후 두 번째다.

이미 영국 방문을 마쳤으며 독일과 터키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고유가로 사우디 대외 입지가 높아진 가운데 사우디 국왕의 유럽 행보는 화제를 뿌리고 있다.

우선 수행단 규모가 놀랄 만하다. 400명이 넘는 대규모로 정부 관료 30명 외에도 왕족 13명을 포함한 23명에 이르는 국왕 개인 고문이 동행했으며, 30여 명의 국왕 부인 중 여러 명이 함께했다는 소식이다.

국왕의 개인 용무를 돌보는 시종만 100여 명이고, 심장이 약한 국왕을 위해 개인 전용 `이동 클리닉`도 출동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국왕 일행이 최고급 명품들로 치장된 점보 제트기 5대를 타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며, BBC방송은 "국왕 일행이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이동할 때 84대의 리무진이 동원됐다"고 타전했다.

국왕의 `폭탄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우디 국왕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국왕은 지난달 말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에 지난 2005년 7ㆍ7 런던테러 직전 테러 공격 관련 정보를 전했지만 영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바로 대처했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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