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780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7/10/25
  • 조회수 : 3,381

주교회의 정총 해설 - 가계(家系)치유 기도, 교리에 어긋나

주교회의 정총 해설
한국 주교단이 10월 1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마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바른 신앙·청년사목 활성화 이끈다

교회 가르침 어긋난 ‘가계 치유’에 적극 대처
예비신자 신앙체험 프로그램 안내서 제작키로
젊은이 사목 위해 한국 청년대회 정례화 추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앗 리미나.Ad Limina)을 앞두고 열린 주교회의 2007년 추계 정기총회는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 가계 치유 문제에 대한 대처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계 치유’와 관련한 결정이다.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신자들 사이에서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면서 은연중에 확산되고 있는 가계 치유와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가계 치유에 대한 이 같은 주교단의 결정은 지난 7월에 열린 전국 사목국장 회의에서 가계 치유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후 주교회의 정기총회의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데 이어 그 후속 결과물로 나오기까지 이례적일 정도로 빠른 논의과정을 거쳤다. 이는 그만큼 가계 치유가 낳고 있는 문제점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주교단은 가계 치유가 교회의 원죄 교리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무속 신앙과 절충된 그릇된 내세관 등으로 가톨릭 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어긋나는 이설로 신자들의 건전한 신앙을 해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각 교구별로 이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취합해 나가기로 했다.


-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새 틀 마련

가톨릭 교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예비신자들을 위한 신앙교육과 관련한 결정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예비신자들이 수도원을 방문해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영성생활을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예비신자 신앙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남녀수도회장상연합회가 주교회의의 지원을 요청한데 대해 ‘예비신자 신앙 체험 프로그램 안내서’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교단의 이번 지원 결정은 주입식 교육보다는 기도와 생활체험에 무게를 두는 신앙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주교회의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예비신자들은 물론 기존 신자들도 신앙생활에 새로운 밑거름을 더하게 돼 한층 풍요로운 신앙의 여정을 걸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젊은이 사목 지원 강화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근래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젊은이 사목과 관련한 일련의 결정들을 통해 교회의 미래를 위한 각별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주교단은 지난 8월 제주교구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가톨릭청년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재발견하고, 전례와 다양한 신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교와 유대를 심화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이러한 청년들의 만남의 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교단은 향후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청년대회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회칙을 승인했다. 이 같은 주교회의의 결정은 청소년 등 젊은 세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목적 배려라 할 수 있다.


- 사목 활성화를 위한 결정들

주교회의 총회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차원에서 추진하는 통합 양업시스템과 관련해 천주교, 우리은행, 개발업체 (주)필라넷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통합 양업시스템 개시 행사에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와 주교회의 사무처가 참석하기로 했다. 또한 은퇴한 이문희 대주교(대구대교구)를 대신해 한일주교교류모임 한국 주교회의측 협조자로 이기헌 주교(군종교구장)를 선출했다.

주교단은 또 사도좌 정기방문(11월 26일~12월 3일) 때 성 베드로 대성당 미사(11월 26일 오전 7시), 성 바오로 대성당 미사(12월 1일 오전 10시), 로마 한인공동체 미사(12월 2일 오전 10시 30분)를 공식 미사로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가계 치유의 문제점

조상의 죄·한 후손에 대물림?

정통 신앙교리에 위배…성경구절 편파적 해석 오류

‘가계 치유’란 가계(家系) 안에서 조상이 지은 죄가 크거나 한이 풀리지 않은 상태일 때 그 후손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미사나 기도 등을 통해 이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가계 치유론에서는 유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적·감정적인 장애가 있거나 되풀이되는 만성적인 질병, 반복되는 가정의 재난이나 불화, 사고, 단명, 대를 잇는 가난, 특히 여성들의 질병이나 불임, 유산, 종양 등으로 인해 후손을 잇지 못하는 일들이 있을 때 자신의 가계에 좋지 않은 영적인 흐름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계 치유론을 전파하는 이들은 특히 가계 치유가 성경적이라는 근거를 들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일례로 이들은 “주님은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충만하며 죄악과 악행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조상들의 죄악을 아들을 거쳐 삼 대 사 대까지 벌한다”(민수기 14, 18)는 구약을 근거로 들며 죄가 크면 그 죄에 대한 벌이 그 후손에게까지 미치기 때문에 그 후손은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다고 설파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성경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성경 구절의 앞뒤 맥락을 보면, 백성이 반란을 일으킨 행위로 하느님께서 백성을 모두 없애겠다고 하시자 모세가 백성을 대신해 용서를 청한다. 이때 백성의 죄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세는 과장법을 사용해 조상의 죄악이 삼 대 사 대의 후손에게까지 미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런 큰 죄에 대해서도 모세가 용서를 청하자 그의 청을 들어주심으로써 당신의 자비하심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계 치유론은 영성적으로 이단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다. 교리상으로 세례를 받으면 개인의 죄는 주님의 십자가상 죽음으로 사함을 받는다고 믿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신앙인데 조상들의 죄가 후손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가톨릭적이 아닌 것이다.

원래 정신분석에서 유래된 가계치유는 심리치료 면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마음이 편안함을 갖도록 정신의 건강함을 찾도록 하는 것이 심리치료인데 가계 치유론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기도를 하느님과의 통교를 통해 영신적인 평안함을 얻는 길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더 가중시키는 병적인 신앙의 길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가계 치유론은 복음적인 길과와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상들의 잘못을 대속하기 위해 무엇을 하기 이전에, 자신의 불안감이 어디서 유래되는지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예비신자 신앙체험 프로그램 지원 의미와 전망

영적성장 체험의 장 기대

남녀 수도회장상연합회가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예비신자 신앙 체험 프로그램’은 가톨릭 교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예비신자들이 각 지역에 있는 수도회에서 수도자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영성과 기도 및 전례에 관한 깊이 있는 체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앙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리지식 전달 위주로 짜여져 신앙 체험이 부족한 기존의 예비신자 교육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이 프로그램은 신자들에게 신앙의 위기가 닥쳤을 때 수도회에서의 신앙 체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열어놓음으로써 한국 교회 전체의 영성을 풍부하게 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영적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체험 프로그램은 수도자와 함께 하는 전례(성무일도와 미사)를 비롯해 수도자와 영적 상담과 나눔 등으로 구성된 ▲수도회를 통한 신앙 체험 기초 프로그램을 필두로 ▲기도 실습 프로그램(묵상기도 염경기도 관상 기도 등) ▲전례 실습 프로그램 ▲그리스도교 명상법 실습 프로그램 ▲선교 체험 프로그램 ▲기타 각 수도회 고유 프로그램 ▲본당에서 실시할 수 있는 피정 프로그램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예비신자들은 물론 기존 신자들에게도 다양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봉사 등 이웃 사랑 체험이 가능한 수도회들을 통해 ‘이웃 사랑 체험 프로그램’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나아가 전국 곳곳에 산재한 수도회를 신자들의 영적 성장의 장으로 제공, 불교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템플 스테이’를 능가하는 체험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남녀 수도회장상연합회는 올해 안으로 개별 본당을 대상으로 신앙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시범 실시와 수정 보완을 거쳐 늦어도 내년 부활 시기 전까지 ‘예비신자 신앙 체험 프로그램 안내서’를 전국의 각 본당에 무료로 배부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가톨릭신문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