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051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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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회의 소통 - 발벗고 뛴 25년

‘사회와 교회의 소통’ 발벗고 뛴 25년
사제수품 25년 기념 문집 낸 정홍규 신부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저에게 하느님은 진화의 위나 바깥에서 윤리적인 규범으로 존재하는 분이 아닙니다. 모든 수준과 단계 그리고 모든 차원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우주의 마음’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 경산성당 정홍규 신부가 사제수품 25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발표해온 논문집과 강론집, 언론기고문 등을 엮은 ‘우주의 집안에’(전 2권·하늘북 커뮤니케이션)를 3일 펴냈다.

정 신부는 종교 간 화해와 대화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종교인이다. 대구 고산성당 주임신부로 있던 2005년부터 부처님오신날이면 성당에 연등을 달고 축하했으며, 불교 수행법처럼 인식돼 있는 절(108배)수행을 성당에서 신도들과 함께 진행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5월23일 문화일보 참조)

그는 가톨릭 환경단체인 ‘푸른평화’를 만들어 대표로 있고,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를 만들어 교장으로 있으며, 대구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과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인 ‘마이크로 크레딧’(작은 은행)을 만드는 등 직함만 예닐곱개가 넘을 정도로 사회와 교회의 ‘하나됨-소통’에 발벗고 뛰는 사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우리 가톨릭 사제 중 가장 많은 저서를 낸(아마도 극소수 강단 사제를 제외하고) 신부라는 걸 아는 사람은 적을 것 같다. 그는 ‘빅토르 프랑클에 있어서 삶의 의미문제’(1981)를 시작으로 13권의 저서와, 저명한 신학자 존 포웰의 여러 책을 포함해 17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그의 생태와 영성에 관한 저서들은 여러 다른 학자들의 논문에 인용될 만큼 간단치 않다. ‘그 바쁜 와중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까지’하는 감탄이 나온다.

이번 사제수품 25주년 기념집에는 김지하 시인이 발문을 썼다. 김 시인과 정 신부는 ‘한살림운동’으로 유명한 사회운동가였던 장일순(1928~1994) 선생과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김 시인은 “인류가 범하고 있는 온갖 오염, 파괴, 조작을 명백한 ‘죽임’ 즉 ‘살해’로 간주할 때만 거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살림’의 큰 길이 열릴 것이며, 그때 비로소 동서양 사상의 통일, 과학과 종교의 통일, 나아가 어떤 의미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는 영성과 미학의 통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그 첫걸음이 바로 ‘생명’이며 정 신부님의 이 책에서 이 모든 생명이야기를 만난다”고 찬사를 보냈다. 허운 스님도 “영원한 현재를 노래하는 정 신부님과 길동무한다는 게 행복합니다”라고 썼다.

정 신부는 1990년 초 우리 사회에 환경운동이란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때부터 환경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운동은 처음부터 생명과 영성을 중심에 놓고 근원적인 접근을 했기 때문에, 주류 환경운동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저명한 신화학자 고혜경 교수(녹색대학)는 “정 신부는 숱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영성을 동반하지 않는 운동의 한계를 시작단계부터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직감은 사실 이제와 보니 맞지 않는가.

고 교수에 따르면, 정 신부의 사상은 급진적인 신학자인 매튜 폭스와 토마스 베리 신부와 그 맥을 같이 하는데, 이들이 생각하는 영성의 공통된 출발점은 원죄(原罪)와 상대적인 개념인 원복(原福)이다. 원죄 이념을 토대로 개인의 영혼구원을 목표로 하는 주류의 신학으로부터 원복과 원은총(原恩寵)으로 의식전환을 요청하고, 이를 위해 인간중심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생명 혹은 우주로의 중심이동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정 신부의 운동방식도 이념과 구호가 난무하는 남성적인 방식이 아니라 따뜻하고 친근하고 낭만적인 여성적 방식이다. 사실 정 신부를 만난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금세 입가에 미소가 돌 만큼 정 신부는 부드럽고 편하다.

그런데 정 신부의 원복과 원은총은 우주로까지 확장된다. 정 신부는 책에서 “우주 이야기는 우주 안의 모든 만물을 ‘it’이라고 보지 않고 다양성, 주체성, 서로 관계되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면서 “이 우주이야기는 인간경쟁과 과도개발이 아니라 ‘모든 종의 민주주의’(Biocracy)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린이 대안학교를 꿈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인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제 더 이상 범신론이나 이원론, 뉴에이지 그런 논쟁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사라져야 한다”면서 “하나님은 모든 관계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깊은 바로 그곳에 바로 이 순간 현존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