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703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7/08/06
  • 조회수 : 3,415

[아침마당]용 기 - 조성광 천주교 대전교구 성소국장

[아침마당]용 기
조성광 천주교 대전교구 성소국장


2007년 08월 06일 (월) 전자신문 | 20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가끔 찜질방에 간다. 물론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찜질방이 따로 없지만… 몸이 찌푸등하거나 감기가 올 것 같이 오슬오슬할 때 땀을 빼면 확실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평등하게, 거리낌 없는 자유스런 자세로, 자기 맘대로 들락날락거리는 방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레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언젠가 옆방에서 건너온 노부부의 대화를 들었다. "그놈의 자식들, 지들 안방인줄 아는지 엄청 떠들고 몸부림을 치네. 지 부모들 눈 뻔히 뜨고 있는 데도 한 마디 말도 안 해… 우리 애들 같았으면 그걸 그냥… 으이그… 쯧쯧…"


때로는 쉬러 온 곳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언젠가는 한 아저씨가 견디다 못해 베고 있던 베개를 획 던지더니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버렸다. 옆에서 떠들던 아줌마들은 "조용히 하라고 하지. 왜 저 지랄이야"라며 투덜거렸고, 잠시 후 나도 빨리 나왔다.


찜질방보다 더 땀도 잘 나고 건강에도 좋다는 참숯 불가마에 갔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 가운데 목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갔다. 한쪽에 삼삼오오 모여 땀을 내는 아줌마들은 음료 반입 금지 팻말에도 아랑곳 없이 들고 들어온 얼음물을 시원하게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한 모금 달라고 해볼까?'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갈증을 꾹 억누르며 보지 않으려 눈을 질끈 감는 찰라, "아저씨도 한 모금 하세요. 목마르지 않으세요?" 한 아줌마가 건넨 얼음물 한 모금, 정말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꿀물이었다.


어느 음식점에 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계산대에 있던 아줌마가 입고 있는 옷을 보더니 "신부님이세요?"하고 묻는다. "예" 그랬더니 아줌마는 "저도 신자예요. 오랫동안 쉬고 있지만…"하고 말했다. 속에서는 '성당에 안 나가는 것이 뭐 자랑이라고…' 이런 말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계속 웃는 얼굴로 아줌마를 바라보며 아주 상냥하게 "성당에 꼭 나가세요"라고 말하고 나왔다.


용기는 그리스도교 윤리에서 말하는 사추덕(四樞德), 즉 지덕(知德) 의덕(義德), 용덕(勇德), 절덕(節德)의 네 가지 덕 중 하나이다. 이 용덕(勇德)은 어떠한 곤란과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선을 행하는 덕으로서, 항상 진리와 정의에 봉사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단순한 용기는 만용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불의와 부패가 가득 찬 현실 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이것들과 싸워 정의를 세우고 선을 행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용덕이라 할 수 있다.


정의롭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 정의롭지 못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불의한 어른들은 차치(且置) 하더라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알면서도 선뜻 말 못하고 가르치지 못하는 어른들-나를 비롯해서-이 얼마나 많은가?


선을 행하고 봉사를 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제가 하겠습니다.", "도와 드릴까요?"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선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신앙을 권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용기가 필요하다. 신앙은 논리적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론은 '용기 있는 자 만이 미인을 얻는다'가 아니라 '용기 있는 자만이 말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른들이 부재(不在)한 사회에 살고 있는 듯하다. 용기의 덕을 갖춘 어른이 되고 있는지, 특히 신앙을 가진 이들은 용기 있는 신앙인인지, 오늘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