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691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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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할머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전숭규 신부 / 의정부교구 연천성당)
제가 사는 연천은 분단된 땅의 끝 마을입니다.휴전선 접경지역이라서 인근에 군부대가 많이 있습니다. 매 주일마다 병사들 100여명 가량이 미사에 나오고 있습니다. 미사에 참여하는 저희 성당 신자들과 거의 같은 숫자입니다. 10명 남짓의 군인들이 성가대석에 올라가 성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없는 성당에 큰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성당은 반은 군인 성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에 나오는 병사들 중에 10% 정도가 신자이고 나머지는 신자가 아닙니다. 미사 중에는 많은 병사들이 뒤에서 엎드려 잠을 자는데, 잠이 부족한 병사들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사 시간이 11시이기 때문에 병사들이 미사가 끝나고 부대에 복귀하면 점심 먹기가 애매합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힘을 모아 병사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한 지가 10년이 넘습니다. 정심은 주로 국수를 삶아 주는데 가끔씩 별식을 준비해서 대접합니다. 재정 자립이 안 되는 저희 성당여건에서는 큰 부담입니다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성당 신자들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이고 그중 몸이 성한 분들도 얼마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 주일 할머님들이 손자뻘 되는 병사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불평 한 마디도 없습니다. 88세 되신 한할머님은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기력이 있으니 일하면서도 기쁘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할머님들에게 힘이 드시면 이젠 빵과 우유를 사다 줘야겠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할머님들은 펄쩍 뛰시며 안 될 일이라고 말씀을 합니다.고맙고도 흐뭇한 풍경입니다.
이런 모습을 본 병사들은 마음속 깊이 느끼는 것이 있나 봅니다. 처음에는 저를 보고도 남처럼 그냥 지나치더니 차츰 반갑게 고맙다는 인사를합니다. 스스로 찾아와서 세례를 받고 싶으니 교리를 가르쳐 달라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도 네 명의 병사가 찾아와서 세례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병사들이 제대하기 전에는 주방에 들러 할머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할머님들은 그 인사 한마디로 그 동안의 수고로움이 싹 가신다고 합니다.
이 시대 소외된 지역과 소외받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가끔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곳과 그 사람들은 군부대와 병사들이 아닌가 합니다. 본인의 의향과는 상관없이 낯설고 각박한 곳에서 분단의 통증을 겪고 있는 병사들은 분명 이 시대의 나 그네들입 니다.
하느님은 이 나그네들에게 후하게 대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이 말씀을 묵묵히 실천하는 우리 할머님들이 저는 늘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언젠가 이 나그네들이 군생활을 돌이켜 보는 날, 따스한 국수 국물에 배인 할머님들의 정성이 아련히 떠오를 것입니다.
함계하는 "사목"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