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015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7/01/15
- 조회수 : 3,373
폴란드 가톨릭계 대혼란..`과거사' 진통
[폴란드 가톨릭계 대혼란..`과거사' 진통]
IHT "비밀경찰 협력 39명 명단 공개예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폴란드 공산정권 당시 비밀경찰에 연류됐다는 의혹으로 신임 폴란드 대주교를 비롯해 가톨릭 교회의 고위 성직자가 잇따라 사임하면서 폴란드 가톨릭계가 자기 반성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군다나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의 한 신부가 이 지역 비밀경찰의 문서에서 발견한 성직자 39명의 명단을 공개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혼란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1일 보도했다.
특히 명단에 포함된 성직자 가운데 3명은 현재 주교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산정권 퇴진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폴란드 가톨릭 교회의 오랜 명성에 흠집이 나지는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과거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사실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알려졌는데도 불구하고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책을 집필한 타데우슈 이사코비슈 잘레스키는 "교회가 교황을 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루뉴에 위치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대학 사회학과의 안제이 지베르토비슈 교수는 "수년간 부정한 연대관계가 존재했지만 최근에야 밖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현상은 허위 문화에 기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베르토비슈 교수는 이어 현재 정ㆍ재계에서 활약하는 전직 비밀 경찰과 공산당원들, 과거를 잊고 용서를 구하는 변명자들, 그리고 성직자 계급제도라는 3박자가 맞아들어가면서 사실 은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은 가톨릭 사제 가운데 최대 10%가 일정 범위 내에서 옛 공산정권에 협력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7일 사임한 스타니슬라브 빌구스 바르샤바 대주교의 전임자인 요제프 글렘프 추기경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글렘프 추기경은 당시 한 이탈리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전력이 있는 사제의 비율을 전체의 15% 정도로 추산했다.
한편 비밀경찰 협력자들이 교회 내에서 승진을 거듭해 현재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간 치에니크는 9일 고위 성직자 12명의 이름이 언급된 비밀경찰의 문서를 인용해 비밀경찰이 수석 대주교직 임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교회의 과거를 둘러싼 사실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경쟁적으로 보도되면서 유럽내 가장 많은 신자 수를 자랑하는 폴란드에서는 교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잘레스키는 "교회는 공산정권 하에서 사제들이 벌인 활동 정보를 출간해 과거를 씻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등한시한 죄가 있다"며 "이제는 공이 기자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빌구스 대주교 사임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협력자들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의 이미지가 손상을 입는 것은 걱정되지 않지만 과거의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교회가 거짓말을 한다는 의혹이 남을지도 몰라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