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모병원은 과연 백혈병 환우회 주장대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한 것일까?
이 부분을 납득하려면 먼저 환자에게 청구되는 진료비 내역을 이해해야 한다. 진료비 내역서를 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급여비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나뉜다. 환자는 요양급여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10%)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 전액을 부담하고, 환자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요양급여비의 90%)는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게 된다.
[사례]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은 김○○씨의 총 진료비는 7431만3512원. 이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급여비는 4136만3653원,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3294만9859원이다. 병원은 요양급여비 중 본인부담금(10%)과 비급여 진료비 전액을 합한 금액을 김씨에게 청구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김씨가 나중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청구를 의뢰한 결과 심사평가원은 병원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잘못 청구했다며 비급여 진료비 중 2145만7230원을 김씨에게 환급해주도록 했다.
▶ 쟁점 = 백혈병 환우회는 "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청구를 의뢰한 결과 성모병원이 환자 1인당 1400만~4000만원을 과다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성모병원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비싼 약을 사용하거나 기준 이상으로 과잉진료를 함으로써 환자가 내지 않아도 될 돈을 수천만원씩 부담하게 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보험적용을 받아 보험공단에 청구하면 받을 수 있는 약값이나 진료행위를 병원이 임의로 비급여로 처리해 환자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성모병원은 "가톨릭 이념에 따라 진료하는 성모병원은 심사평가원 기준에 맞게 따랐을 뿐"이라며 "성모병원을 탈법, 비도덕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백혈병 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도 "꼭 성모병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성모병원이 가장 많은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 진실 하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값이나 재료비(주사기, 거즈 등)는 병원 수익과 무관하다. 병원이 1만원에 약을 구입했다면 환자에게도 똑같이 약값으로 1만원을 청구해 고스란히 제약회사 몫으로 지급된다.
다시 말해 성모병원이 일부러 비급여 약제를 사용해 부당하게 수익을 올리려 했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백혈병 치료비는 대부분 항암제와 감염을 예방하는 항생제, 독한 항암제 복용으로 인한 구토를 방지하는 진토제, 조혈모세포 성장촉진제 등 약값이 총 진료비의 70~80%에 달한다. 이를테면 다발성골수종 항암제인 '벨케이드'(Velcade)는 한번에 3일 정도 투여하는데 약값이 500만원 이상이다.
그런데 항암제를 비롯한 난치성질환 치료제 대부분은 치료에 꼭 필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보험 비급여 품목으로 묶여 있다.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된 약품은 아무리 비싸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백혈병 뿐 아니라 위급한 생명을 다루는 모든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그 약을 써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처럼 불가피한 경우 환자 또는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비급여로 진료비를 청구한다(때로 환자 생명이 위급할 때는 미처 동의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보험급여 기준보다 환자 생명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 진실 둘 = 백혈병 환자는 병세가 악화돼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하다. 또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을 하려면 혈소판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때 혈소판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반면 현재 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은 백혈병 환자의 혈소판 수치가 5만/㎣ 이하인 경우에만 혈소판 수혈에 대한 보험적용을 인정해 주고, 기준을 넘어서면 과잉진료로 판정된다. 따라서 병원은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기준 이상으로 혈소판을 수혈한 부분에 대해서는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비급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다른 약제도 마찬가지. 보험적용 되는 약품도 심사평가원이 사전에 정한 기준 이상의 용량과 용법으로 투여했을 경우 모두 비급여로 처리한다. 이를테면 보험 적용되는 항생제 사용 횟수가 8번으로 제한돼 있다면 9번째 항생제 사용부터는 병원이 보험급여를 청구해도 공단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삭감한다(의료진이 해당 약제를 사용해야만 환자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기준 이상의 약을 환자에게 투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심사평가원이 진료비 심사청구를 의뢰한 환자들에게 비급여 진료비 환급 결정을 해준 내역을 살펴보면 혈소판 수치가 기준보다 높은 6만~7만5000/㎣일 때도 혈소판 진료비를 보험급여로 인정하는 등 기준을 폭넓게 적용해 줬다.
성모병원 보험팀 송미랑 대리는 "병원이 보험급여를 청구하면 무조건 삭감하는 항목을 환자가 진료비 심사청구를 하면 기준을 확대 적용해 주는 등 오히려 보험적용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이 제각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보험급여 기준대로 따르면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 성모병원 김학기 진료부원장은 "환우회 주장대로 백혈병 환자를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맞춰 치료한다면 완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보편타당성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지만, 환자치료에 사용되는 모든 약제를 보험급여 기준대로 적용할 경우 환자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백혈병 환자가 항암제 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세균에 감염돼 고열에 시달렸다. 의사가 1차 항생제를 사용했으나 듣지 않았다. 당장 치료를 하려면 2차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세균배양을 하지 않고 2차 항생제를 사용하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최영식 신부는 "현재 건강보험제도는 백혈병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고, 특히 효능이 입증된 신약이나 신재료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뒤따르지 않아 최선의 치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료제도(요양급여기준)가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의료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보험적용을 통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적절한 치료를 보장하기 위해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이 암, 백혈병 환자의 적합한 치료에 맞게 재설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백혈병 환우회도 "보험급여 기준이 환자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면 즉각 개정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적합한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호 기자amotu@pbc.co.kr
[가톨릭조혈모세포이식센터]
국내 의료계는 '성모병원 백혈병 치료의 역사는 곧 한국 백혈병 치료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 명성의 중심에는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소장 민우성 교수)가 있다.
2대 소장 김춘추(혈액내과) 교수는 국내 조혈모세포이식 치료 분야의 산증인. 1983년 성인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 대한 조혈모세포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이후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1985년), 부자간 조혈모세포 이식ㆍ혈연간 조직형 불일치 조혈모세포 이식ㆍ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1995년),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1997년) 등 각종 골수이식법에서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왔다. 조혈모세포센터가 이식 후 면역 거부 반응과 합병증을 줄이는 다양한 이식법을 자체 개발해 보급하면서 혈액암 완치율도 높아졌다.
2005년에는 또다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2500건 이식에 성공, 이 분야에서 최고 진료센터로서 독보적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미국의 MD 앤더슨이나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시티 오브 호프 병원 등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실상부한 백혈병 치료의 '희망'으로 불린다. 현재 성모병원 전체 입원환자 760여명 중 백혈병 환자가 절반에 가까운 300명을 넘을 정도.
명성에 걸맞게 동양 최대 118병상 무균실을 갖추고 있고 의료진도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김춘추 교수를 필두로 김동욱 교수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의 대가이자 항암제 글리벡의 최고 전문가이고, 이외에도 성모병원 진료부원장 김학기 교수,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 민우성ㆍ진료부장 이종욱 교수, 김희제ㆍ민창기 교수 등 막강한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다.
서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