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4097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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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시·산문 모음집 2권…빈 가슴에 띄우는 ‘가을 편지’

이해인 수녀 시·산문 모음집 2권…빈 가슴에 띄우는 ‘가을 편지’
입력: 2006년 10월 26일 17:52:57
 
이해인 수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느끼는 기쁨과 아픔, 일상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수줍게 펼쳐내며 독자의 가슴에 은은한 풀향기를 남긴다.
“사랑이 요구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늘 외로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외로움을 슬퍼하지 않고 겸손한 기도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좀더 빨리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 고운 글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61)가 깊어가는 가을 두 권의 책을 선보였다.

-수녀원 일상 정감있게 드러내-

‘사랑은 외로운 투쟁’(마음산책)과 ‘풀꽃 단상’(분도). 담겨진 그릇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권 모두 삶에 대한 겸손과 감사,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담은 글들을 모았다.

‘사랑은 외로운 투쟁’은 이해인 수녀와 수녀원 생활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10여년 간 보낸 편지를 월별로 묶은 책이다. 인디언 달력처럼 일 년 열두 달에 ‘하늘빛 희망을 가슴에 키우는 달’(1월), ‘마음의 밭을 겸손하게 가꾸는 달’(4월), ‘죽음과 이별을 묵상하는 순례자가 되는 달’(11월) 등 고운 이름을 붙여 매달의 편지를 띄웠다.

“여행할 때도 색연필, 편지지, 고운 스티커 등의 편지 재료들을 늘 갖고” 다닌다는 이해인 수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소중한 사랑의 일”이다. 편지는 “일상의 작은 것에서 기쁨과 감사를 발견하는 법”과 “잠시 웃을 수 있는 행복”을 전하는 사랑의 도구다.

책에는 수녀원에서의 소소한 일상이 정감있게 드러난다. 그 속에는 천 포기나 되는 김장배추를 씻으며 싱싱한 기쁨을 맛보고 아우수녀들의 청에 못 이겨 율동을 선보이는 ‘명랑 수녀’의 밝고 씩씩한 모습이 있다.

각 장에 곁들인 ‘궁금해요, 수녀님’도 이해인 수녀를 좀더 친밀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는 별명을 묻는 질문에 ‘수녀시인’, ‘구름천사’, ‘작은 위로자’, 그리고 가방 속에서 무엇이 계속 나온다고 해서 ‘요술 공주님’으로 불린다고 소개한다.

“지금 참 행복하다”고 말하는 수녀시인. 그러나 그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낸 외로움이 속 깊이 묻어 있다.” 그래서 ‘사랑은 외로운 투쟁’인지 모른다.

‘풀꽃 단상’은 “수도원의 일상, 자연, 기도 안에서의 명상, 함께 사는 이들과의 만남” 등을 소재로 한 짧은 산문과 시를 엮은 책.

-정채봉·사형수 위한 추모시도-

같은 제목의 산문에서 이해인 수녀는 매일의 삶에 ‘판단 보류’라는 단어를 적용시켜왔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마음으로든 말로든 남을 함부로 속단하는 습관에 빠지지 않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남에게 단정적으로 전달하는 잘못을 하지 않기를 자주 기도”하는 자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해인 수녀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되뇌이면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풀꽃을 대하듯이 내 맘속으로 말하리라”고 다짐한다.

책에는 송년시와 기도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아동문학가 정채봉, 사형수 등을 위한 추모시 등도 실렸다. ‘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낯설게 느껴진다는 수녀시인의 바람처럼 독자의 “가슴에 안겨 풀물이 들고 은은한 풀향기를 내는” 풀꽃 같은 글들이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