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한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 명이 넘지만 뇌사자는 지난해 256명(장기이식은 836건)에 불과했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자는 3.1명으로 스페인(35.1명)이나 미국(25.5명) 등에 비해 훨씬 적다.
개정안은 뇌사자를 늘리기 위해 가족 동의 절차를 없앴다. 또 뇌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뇌사판정위원회 구성을 간소화했다. 위원을 6~10명(3인의 전문의사를 포함)에서 4~6명(전문의사 2명을 포함)으로 줄였다. 야간이나 주말·휴일에 뇌사 후보자가 발생하면 위원회 정족수(과반)를 채우지 못해 장기 적출 시점을 놓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 축소만으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한이식협회는 별도의 위원회 없이 전문의 판단만으로 뇌사를 판정하자고 주장해 왔다. 뇌사 판정은 의료의 영역인데 일반인이 위원으로 참여해 봤자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장기이식윤리위원회가 “최소한의 감시·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반대했고, 결국 위원 수를 줄이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뇌사추정환자 신고제도도 뇌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뇌사자가 연간 50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뇌사자 신고는 391명에 불과했다. 병원이 뇌사 추정환자를 KONOS에 신고하면 장기구득기관(서울대병원)이 나서 환자 가족이 뇌사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면 뇌사자가 늘어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윤미란 뇌사자장기기증 코디네이터는 “뇌사자 장기 기증이 적은 것은 의사들의 무관심이 많이 작용한다”며 “신고제 도입으로 발굴 건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의료진에 뇌사자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의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기이식 오용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신질환자 및 정신지체 장애인이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원하면 뇌사 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복지부 손영래 공공의료과장은 “현행 법률에 따르면 비장애인은 사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유족 동의가 있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데 정신질환자는 유족이 동의해도 할 수 없다”며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보호한다기보다 오히려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가 더 많아 규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불법 장기이식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윤석권 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다”며 “정신지체장애인도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고, 그 의견이 존중돼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 안혜리·김은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