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615
  • 글쓴이 : 홍보국
  • 작성일 : 2006/07/13
  • 조회수 : 3,819

조선족 동포 위해 성경 모으는 장영자씨



"하느님이 저를 '사람낚는 어부'로 택하셨어요"


 "헌 성경이든 새 성경이든 영혼 구하는 데는 다 똑같이 쓰여요."


 서울 도곡동성당 만남의 방. 조선족 장영자(아가타, 53)씨 손이 분주하다. 도곡동본당 그룹성서 봉사자들이 갖고온 성경을 들춰보면서 글씨가 큼지막한 것들로 추려 가방에 챙겨 넣는다. 이것들은 북경 왕징으로 갈 것들이다. 장씨 마음도 덩달아 이미 북경에 가 있다.

 북경 왕징에 살고있는 조선족은 500가구. 하지만 천주교 신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씨는 왕징에 성당이 없어 자전거로 20분 거리에 있는 왕푸징으로 미사를 드리러 다녔다. 매주 자전거를 타고 왕푸징으로 가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조선족들이 장씨에겐 하느님 앞에 데려가야 할 안타까운 영혼들이었다. 당장이라도 필요한 건 공소였다.

 장씨는 지금 서울 도곡동에서 파출부로 일한다. 토요일이면 강서구 가양동성당에서 철야기도를 한다. 그의 수첩에는 조선족 냉담자 전화번호가 가득하다. 치료를 받아 구원받아야 하는 환자들 명단인 셈이다. 틈이 날 때마다 전화해 성당에 나가도록 권유한다.

 장씨가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7년 전 두 딸들이 한국인과 결혼하게 되면서였다. 그가 처음부터 영혼을 구해야 한다는 중책을 갖고 돈을 번 것은 아니다. 장씨가 식당과 호텔을 전전하며 주방일을 한 지 5년째 접어들던 때, 갑작스레 백내장이 걸린 게 계기가 됐다. 장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더듬어가며 주방일을 했다. 장씨는 눈 상태가 점점 악화돼 북경 왕징으로 돌아갔다. 장씨는 수녀님에게 이끌려 간 피정에서 치유 은사를 받았다.

 "하루는 피정을 가서 쉬고 있는데 글쎄 눈 앞에서 장막이 걷히듯 깨끗해지는 거예요."

 2005년 8월. 장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푼이라도 빨리 벌어 공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성경을 펴면 '빨리 오라'는 성경구절만 보여요. 하느님이 전교하라고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장씨의 여행용 가방에는 도곡동본당 신자들이 모아 준 성경과 묵주로 가득하다. 이것들은 장씨 사연이 알려져 신자들이 들고 온 것들이다. 이제는 사무실에 "헌 성경 그만 받습니다"라고 써 붙여놨을 정도다.

 장씨는 이제 계약금만 벌면 북경 왕징으로 돌아가 공소를 마련하면 된다는 부푼 꿈에 들떠 있다. "하느님이 저를'사람 낚는 어부'로 택하셨다고 믿어요. 보잘 것 없는 인간에게 이렇게 기회를 주시니 감사할 뿐이에요. 빨리 가서 전교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이지혜 기자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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