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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이식 수술은 40년 전인 1969년 3월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의 이용각 교수 팀이 집도한 신장이식이었다. 만성 신부전으로 고생하던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쪽 신장을 내준 생존자 간 이식 수술이었다. 첫 이식 수술 이후 20여 년간 장기이식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불법 장기 매매가 성행했다. 장기 밀매는 90년대 초 민간 장기기증 운동 단체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고개를 숙였다. 91년 낯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기증해 국내 순수 장기기증 1호로 기록된 박진탁 목사는 같은 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해 기증 운동을 시작했다. 정부에 의한 전국적인 장기이식관리 시스템은 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비로소 도입됐다.
장기기증은 생존 시 기증과 사후ㆍ뇌사 시 기증으로 나뉜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모두 9명의 불치병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다. 심장, 폐(2개), 췌장, 신장(2개), 간장, 각막(2개)을 줄 수 있기 때문. 뇌사가 아니더라도 사망한 뒤에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 각막, 뼈 등이 있다. 하지만 사망 후 이식할 경우 신장은 심장이 멎어 사망하는 심장사의 경우에만, 각막은 사망 직후 적출해냈을 때만 이식이 가능하다. 살아 있는 사람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한쪽 신장과 간장(부분), 췌장(부분),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장기’는 신장ㆍ간장ㆍ췌장ㆍ심장ㆍ폐 같은 ‘고형 장기’를 의미하지만 국내에서는 각막과 조혈모세포도 기증 가능한 장기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은 불치병으로 알려진 백혈병(혈액암)을 앓는 환자에게 새 삶을 준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전신 마취 상태에서 기증자의 골반(엉덩이) 뼈 속에 주사기를 삽입하여 채취했지만 최근에는 헌혈과 비슷한 말초혈 채취법(손가락 끝에서 채취하는 시술)이 개발됐다.
장기기증 등록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www.konos.go.kr)나 국가가 공인하는 장기이식등록기관에서 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www.donor.or.kr) 등 전국 303곳이다. 온라인, 우편을 통한 접수도 가능하다. 모든 등록자의 정보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전산망에 등록돼 통합 관리된다.
장기기증 등록하는 데 있어 특별한 조건은 없다. 건강검진서 등의 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미성년자일 경우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인이 기증 등록을 할 때는 가족의 동의서가 필요 없지만 가족들에게 등록 사실을 알리고 미리 이해를 구해야 한다. 실제로 뇌사 등 장기기증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 반대하면 본인의 기증 의사와 상관없이 이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장기기증ㆍ이식 건수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69년 이후 지금까지 2만여 건의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내 장기기증 건수는 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식 대기자 수가 매년 늘어 지난해 기준 1만4000명을 넘어섰지만 같은 해 뇌사자 장기이식 건수는 1140건에 불과하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는 연간 1000명에 달한다. 시신 훼손 등을 우려해 뇌사 시 기증을 꺼리는 등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크다. 2007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시 장기기증자 수는 스페인 34.3명, 미국 26.6명인 데 반해 한국은 3.1명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기네스북에 최다 장기기증자로 올라와 있는 사람은 고 김길태 해병 상병이다. 96년 8월 유격훈련 도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김 상병이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자 가족들은 “젊은 생명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심장, 신장, 간, 각막, 간이 기증돼 6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나눠줬다. 또 뼈는 수십 명의 기형 장애 환자에게 전해졌다.
장기기증 오해와 진실
Q:‘식물인간’ 상태에서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
Q:골수(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혈액형이 바뀐다?
Q:골수 기증을 하면 디스크 질환이 생긴다?
Q:각막 기증을 하려면 안구 전체를 적출해야 한다?
Q:살아 있는 사람은 각막을 기증할 수 없다?
Q: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면 기증자의 성격을 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