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5115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9/02/03
  • 조회수 : 3,463

희귀병 걸린 이주노동자, 치료비 막막

희귀병 걸린 이주노동자, 치료비 막막
단국대병원에서 상악동암 수술, 천안모이세 모금 나서
  윤평호 (뮈토스)

뿔뿔히 헤어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 가벼워진 지갑으로 귀향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한국 노동자들은 그나마 만날 가족이 있고, 돌아갈 가정이 있어 행복하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설 연휴를 보내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마음은 더욱 우울하다.

3년전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 팜 반 힌(24)씨. 힌씨는 역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형 팜 반 티엔(26)씨와 연휴를 보낼 계획이었다. 형과 함께 연휴를 보내겠다는 바람은 성사됐지만 설날이 3일 앞으로 다가온 힌씨의 마음은 어느때보다 무겁다. 형이 4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탓.

 
희귀병인 상악동암 판정, 수술만 몇차례 받아야
 
 
▲ 형 티엔씨를 동생 힌씨가 간호하고 있다.
ⓒ 윤평호
티엔씨

힌씨의 형 티엔씨는 동생보다 늦은 2007년 8월 25일 한국에 입국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에 입국한 티엔씨는 경기도 평택의 철 절단공장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3월 같은 지역의 세탁기 부품공장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티엔씨가 받는 월급은 120만원. 안산의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는 동생 힌씨도 형과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 형제는 각자 받은 월급에서 100만원씩을 떼내 매달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형과 동생은 각자 공장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20만원으로 한달을 지낸다.

티엔씨에게 '상악동암'이라는 희귀병 판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 9일. 서너달전부터 오른쪽 뺨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티엔씨는 지난 7일 평택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큰 병원에 가 보라'며 정확한 진단을 유보했다. 가까운 단국대 천안병원에 입원,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의료진은 우측 상악동암이라고 판정했다.

상악동암은 암(악성종양)의 일종으로 초기에는 발견이 어려운 희귀질환이다.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이 시행되지만 2년 내 55%의 재발율을 보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눈과 코 등 안면 주위로 종양의 전이가 이뤄지며 치료를 위해 안구를 통째로 제거하기도 한다. 재발시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했지만 3개월 입원에 병원비만 2000만원 필요

 
▲ 상악동암으로 수술을 받은 베트남 이주노동자 티엔씨.
ⓒ 윤평호
상악동암

형의 희귀병 판정 소식을 듣고 동생 힌씨는 곧장 일하는 공장에 휴가를 신청하고 형한테 달려왔다. 이주노동자라는 신분에, 환자의 경제사정도 어렵자 병원측은 처음에 수술을 꺼렸다. 동생의 간청과 종양의 빠른 확산, 그리고 이들 형제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이주민단체인 천안모이세의 요청으로 의료진은 수술 실시를 결정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30분 수술실에 들어간 티엔씨는 회복실을 거쳐 오후 8시가 다 되어서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티엔씨의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수술실 밖에서는 동생인 힌씨가 꼼짝않고 줄곧 자리를 지켰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하지만 형제 앞에 놓인 진짜 시련은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수술을 받기 전 그동안의 밀린 입원비 400만원은 생활비를 쪼개 저축한 형제의 돈으로 충당됐다. 한두 번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하고 방사선 치료 등 항암치료로 적어도 3개월간은 입원이 필요하다. 수술과 치료에 소요되는 앞으로 병원비만 2000만 원 정도. 형제에게는 베트남에 두 명의 누이와 부모님이 살고 있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에 병원비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티엔씨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먼저 천안모이세가 나섰다. 천주교대전교구 이주사목부가 운영하는 이주민단체인 천안모이세 상근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각계에 티엔씨의 사정을 알리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천안모이세는 치료비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자원봉사자들이 번갈라 티엔씨의 간병을 돕고 있다.

이지영 천안모이세 사무국장은 "낯선 타향에서 병마와 씨름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작은 후원이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한달간의 휴가를 내고 형의 병구완을 하고 있는 동생 힌씨는 "형이 건강한 모습으로 베트남의 가족과 만날 수 있는 날을 바랄 뿐"이라며 잠든 형의 손을 꼬옥 잡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12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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