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카리타스가 지난 95년부터 펼쳐온 대북한 지원사업의 가장 주요한 지원 기구이자 직접 이해 당사자인 한국 카리타스가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국제 카리타스를 대표해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김성일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북 개발협력사업 문제를 협의, 의향서를 교환하고 돌아와 대전교구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 주교는 "이번 북한 방문은 새로운 협력 주체로서 북측 파트너인 민경협과 의향서를 교환하러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주교는 지난 2일 교환한 의향서를 바탕으로 양측이 조만간 구체적 대북개발협력사업(안)을 마련해 이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주교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긴급 구호 차원에서 한발 나아가 식량자급 기반 마련과 보건ㆍ의료 분야 사회개발협력 지원에 중점을 두고 바람직한 지원방향을 찾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가톨릭교회가 정치적 문제 등으로 북한을 외면하지 않고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국제 카리타스 회원국들이 공감할만한 개발지원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주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 카리타스의 대북지원 사업과정에서 한국 카리타스와 직접 대화를 거부하던 북측이 한국 카리타스를 협력 당사자로 인정하게 된 것도 매우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세계식량기구(WFP) 등 국제 구호단체들이 점차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1년 동안 끊임없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카리타스와 국제 카리타스에 대해 북측이 깊은 신뢰를 갖고 있음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 주교는 특히 한국 카리타스 지원으로 지난해 9월 평양 인근에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 씨감자(감자종자) 배양시설에서 올 봄에 파종할 씨감자를 생산해 북한 농민들에게 보급하는데 성공해 북측 관계자들이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배양시설이 원활하게 운영될 경우 연간 1억개 정도의 무균종자 감자의 생산이 가능하고, 이 종자를 3세대까지 증식해 북한 농민들에게 보급할 경우 북한의 2~3개도의 식량자급을 이룰 종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제 카리타스 대북지원 사업의 북측 협상 파트너였던 '큰물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해 해체된 상황에서 북측이 대남경제협력 총괄기구인 민경협을 새로운 파트너로 내세운 것도 국제 카리타스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 주교는 "한국 카리타스는 지속적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향한 적극적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유 주교는 아울러 "이번 방북 동안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느님 눈과 마음으로 북한을 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며 "한국 교회 신자들도 북한에 대해 뜨거운 마음을 열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형제적 나눔과 사랑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영호 기자amotu@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