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숲, 숲길에서’ - 임원지 지음
2006-05-10 일 16 면기사
“수녀로서 시집을 내기까지 부끄러움과 주저함이 많았습니다. 정말 큰 모험과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겠죠. ”
오갈 때 없는 여자 아이들을 돌보는 ‘대전나사렛집’ 의 임원지 수녀가 첫 시집 ‘숲, 숲길에서’를 출간했다.
이번 작품들은 1년간(2005년 2월-2006년 2월) 머물렀던 제주도에서 쓴 시들로, 작품 속에는 제주의 풍광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수녀들도 발령을 받습니다. 솔직히 제주도에 가기 전까지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작년 2월 제주도 신성여중고 수녀원장으로 발령 받고서 1년간은 모처럼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에서 말이죠. 그때 틈틈이 쓴 시를 모았어요.”
그녀는 제주 도착 첫날 저녁부터 제주도를 떠나는 마지막날 아침까지를 시로 기록했다. 그리고 시 밑에는 작성한 날자를 꼼꼼하게 적었다. 이번 시집의 1-2부는 그녀가 그렇게 쓴 제주도 체류기를 쭉 그려 놓은 것.
특히 시집의 제목처럼 ‘숲길(숲길1-숲길43까지 43편)’이라는 작품이 많다.
“사실 제가 협심증이 있어요. 그래서 의사가 건강을 위해 산책을 자주 하라고 했었는데요. 제주도에 와서야 한가롭게 산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푸른 제주 숲길을 거닐며 느낀 감정들을 시로 기록하다보니 숲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많아졌네요.”
임 수녀의 숲길이라는 시를 쭉 읽다보면 꽃피는 봄, 푸른 여름, 낙엽 떨어지는 가을, 눈 쌓인 겨울 등 4계절이 지나간다. 또 그녀가 틈틈이 산책길에 찍었던 사진들을 시와 함께 엮어 푸른 숲을 그려냈다. 시를 읽다보면 독자들도 어느새 숲길을 걷는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그녀는 대전여고 시절 동인지인 ‘녹원동인’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시를 쓰게 됐고, 가끔 쓴 글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글 잘 쓰는데 시집 한번 내보라”라는 칭찬을 받았었다고…. 하지만 수도자로서 작품집을 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육촌오라버지인 임강빈 시인의 격려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번 ‘숲, 숲길에서’를 세상 밖에 소개하게 됐다.
임 수녀는 “드디어 마음 속에 감쳐둔 꿈을 펼치게 돼 기쁘다”며 “많은 망설임 끝에 낸 시집인데 주위 친구들이나 수녀님들이 기뻐해 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살레시오수녀회 수녀. 로마 교황청립 아욱실륨대학 종교학과 졸업. 광주 살레시오초등학교장 등의 교육현장을 거쳐 1년간 제주 신성여중고 수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고향인 대전으로 옮겨와 대전나자렛집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번역일을 하고 있다. <千智娥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