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011
- 글쓴이 : 정윤식
- 작성일 : 2006/04/12
- 조회수 : 3,772
2006년 부활교서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오늘 우리의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우리는 2,000년 전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님을 교회의 전례 안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체험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은 그분이 베푸신 기적을 수 없이 보아왔던 제자들조차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부활은 기적 이상의 무엇이었습니다. 그것은 옛날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부터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이었으며, 우리 죄를 대신해서 당신 아들을 희생하여 그 일을 이루신 하느님 사랑의 승리였습니다. 이 복음의 소식을 믿는 우리 모두는 예수님 안에서 죄에 대해서 죽고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은 사람들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 되어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죽으실 때 함께 죽고, 그분이 부활하실 때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부활 성야 마지막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사실을 반복하여 선포하면서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으로 부활의 생명을 받은 우리는 모든 일을 부활의 신앙과 부활의 눈으로 보고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히 죽은 이가 살아난 기적이 아니라 사랑의 승리이며 무한한 은총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인의 삶 역시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고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던 신비로운 사랑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자신과 사회가 모두 구원받는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일들을 자주 대하게 됩니다. 개인 혹은 집단적인 이기주의로 타협과 대화보다는 극단적인 투쟁이 우선시 되고, 너무 빨리 앞서 가려는 욕심으로 무모한 거짓이 조작되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욕망을 쫓아 기본적인 윤리조차 망가트리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나 사회 지도자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에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깊이 묵상하여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고린 13,5-7)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우리 신앙인들이 이웃을 대할 때나 일을 할 때 혹은 무엇인가 선택이 필요할 때 항상 마음에 담고 있어야 하는 삶의 기준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를 발표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오늘,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교회의 본질이라고 교황님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웃 사랑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자선 활동을 통하여 삼위일체의 사랑을 반영하여야 하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이신 예수님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사랑과 봉사는 당파나 이념에서 벗어나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오로지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곳을 “살피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계십니다. 진정한 사회개혁은 어떤 힘의 우위가 아니라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정직하게 대하며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을 늘 마음 깊이 간직하며 생활하도록 합시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사목지표를 정하면서 2006년도 올해를 “순교신앙으로 선교하는 해”로 삼았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는 순교신앙의 뿌리 위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더구나 초기 교회의 요람이었던 내포지방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교구의 지역이었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으니 이제 우리도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순교신앙은 주님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며 복음의 가르침대로 사는 데에 우리의 모든 것을 봉헌하는 삶입니다. 우리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도 이러한 순교신앙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의 첫 번째 사제이신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160주년이며, 가장 많은 순교자를 낸 병인 대박해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순교의 시간을 기다리는 옥중에서 교우들을 걱정하며 쓰신 편지 속에서, 사도시대 이후 교회는 무수한 박해 속에서 자라왔다고 하시며 다음과 같이 믿음의 삶을 격려하십니다 : “하느님의 은혜로 세상에 왔고 또 하느님의 더 큰 은혜로 세례를 받아 그분이 세우신 교회의 신자가 되어 우리는 참으로 귀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성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은 이 세상이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팔아서 그 밭을 산 분들입니다(마태 13,44 참조). 이 땅에 뿌려진 순교신앙은 우리도 이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박해시대와 같은 상황에 살지는 않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에 전하고 증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고 계십니다. 불의한 이익을 버리고 정의로운 길을 따르며, 자신의 일에 정직하고, 언제든지 폭력적인 수단은 사용하지 않으며, 약하고 힘없는 가난한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는 일들은 주님의 뜻이며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길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주님의 이름으로 세상에 전합시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모든 선한 지향과 삶이 세상에 좋은 열매를 맺어 우리의 이웃이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 되도록 합시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5․31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거의 선거 때마다 부정시비 혹은 지역 이기주의 등의 문제에 휘말리고 또 공직자들의 커다란 비리를 자주 보아왔습니다. 비록 세속적인 권력이라 해도 하느님의 자녀를 다스리는 일은 본디 하느님께 속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권한을 자랑하는 빌라도에게 예수님께서 “네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나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다.”(요한 19,11)라고 말씀하신 것도 그런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직자들의 판단은 물론 그 언행도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직책에 필요한 능력과 더불어, 정직성과 윤리적인 면에서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공직자를 뽑는 일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과 이웃을 사랑하는 중요한 방법이 됨을 깊이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부활이 참된 기쁨과 위로의 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06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