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003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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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님을 만나 酒님을 버린 ‘못 말리는 신부님’

主님을 만나 酒님을 버린 ‘못 말리는 신부님’

내가 만난 허근 신부

김원석 평화방송·평화신문 전무이사 아동문학가



얼마 전 내가 관여하는 포럼에서 ‘알코올 중독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허근 신부님을 모신 일이 있다. 강단에 선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과 신부님은 무엇이 다릅니까?”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청중이 머뭇거리자, “신부는 술을 먹고, 목사님은 안 드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부는 주(酒)님을 좀 더 가까이 모십니다”고 말해 배꼽을 잡게 했다.

그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다. 한때 술을 드시면 끝장을 봐야 하고, 끝장을 보면 해병대 기질이 튀어나오고는 했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술에 취해 자고 있는데, 함께 마셨던 신자가 찾아와서 ‘큰일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 술자리에서 내가 다른 신자와 말다툼 끝에 치고받고 싸워 그 신자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술 마시는 횟수를 거듭하는 동안 주벽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군에서 배운 욕설도 퍼붓고, 완전히 망나니가 되었습니다.”

허 신부님이 쓴 『나는 알코올 중독자』에 나오는 글이다. 새색시(정열적이고, 강인한 힘이 있지만 외모는 그랬었다) 같은 신부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알코올 중독자와는 달리 자신을 추스르고 ‘참 나’를 찾아 ‘주(酒)님’이 아닌 진짜 ‘주(主)님’을 만났다.

참을 일구어 내는 일은 참기 어려운 아픔과 고통을 동반한다. 그러나 참에는 삶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 허근 신부는 참을 얻었다.

“아주 많은 날이었다. 외로웠다.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외딴 무인도. 세상은 오직 나 혼자인 것만 같았다. 그 외로움은 나약한 한 인간이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힘든 고통이었다. 절대 고독의 세계, 난 거기에 있었다.”

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알코올 탈출기’에 나왔던 말이다.

철저하게 격리된 병동에서 자신을 철저히 벗기고, 치료를 받으며 알코올 중독자인 자신을 참회하고 성찰함으로써 참 나를 찾았던 것이다.

20여 년 전 나는 신부님과 가톨릭청소년신문을 만든다며 밤새워 일도 하고, 밤새워 술도 마셔댔다. 난 일에도 술에도 시원치 않아 멀쩡하고, 신부님은 일에도 열심, 술에도 열심이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 같다. 그러니 어찌 보면 슬쩍 신부님만 밀어 넣고 나만 빠진 것 같아 늘 빚진 것 같았다. 이제는 술은 제쳐 놓고 일만 열심히 하시는 신부님…. 내 마음 빚을 갚아 주셔서 고맙다.

하여튼 허 신부님은 ‘그분’밖에 누구도 못 말리는 매사에 열심인 신부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