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2003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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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회의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강론

새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회의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강론

성 베드로 광장
2006년 3월 24일 금요일

    존경하는 추기경님들, 총대주교님들, 주교님들,
    귀빈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전야인 오늘은 사순 시기의 참회의 분위기가 잔치의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추기경단은 열다섯 분의 추기경을 새 단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쁘게 추기경으로 임명할 수 있었던 사랑하는 새 추기경 형제 여러분께 특별히 솔직하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인사를 드리고, 새 추기경들을 대표하여 감사와 기원의 말씀을 해주신 윌리엄 조셉 레바다 추기경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다른 추기경들, 존경하는 총대주교들, 주교들, 신부들, 남녀 수도자들, 그리고 많은 평신도들, 특히 새 추기경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리스도인으로 함께 기뻐하며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 하신 가족 여러분께도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 나라와 단체들을 대표하여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도 환영합니다. 추기경회의는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만민에게 선포하고자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간 교회의 보편적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행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총 아홉 번의 추기경회의를 거행하심으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하느님의 종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제정하신 방침을 따라 추기경단의 쇄신에 효과적으로 이바지하셨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추기경단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중요한 교회 단체의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그 오랜 뿌리와 역사적 발전과 구성으로 볼 때, 추기경단은 오늘날 사실 일종의 ‘원로원’으로서 베드로의 후계자가 그의 보편적 사도 직무에 연관된 임무를 수행할 때 긴밀히 협력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방금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으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마르코 복음사가와 더불어 교회의 기원으로 그리고 특별히 베드로 직무의 기원으로 되돌아가 봅니다.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주 예수님을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온전히 그분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에서 대 그레고리오 성인이 마음속으로 그토록 소중히 마음에 새겼듯이, 교황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들의 권한이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의 권한과는 전혀 다르게 행사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실 때, 이것을 섬긴다는 말로 표현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더욱 강한 의미를 지닌 종이라는 말을 사용하십니다: 마르 10,43-44). 다른 사람을 섬기려는 전적이고 너그러운 열린 마음가짐은 교회 안에서 권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마르 10,45) 오신 사람의 아들의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이셨지만, 아니 어쩌면 그 신성 때문에, 그분께서는 '종의 모습'을 취하셨습니다. 이는 필리피서의 그리스도 찬가에 훌륭하게 표현됩니다(필리 2,6-7 참조).

    그러므로 첫 번째 ‘하느님의 종들의 종’은 예수님이십니다. 그 다음에는 그분과 일치하는 사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도들 가운데에 특별히 주님께서 당신 양 떼를 돌보는 책임을 맡기신 베드로가 있습니다. 교황은 가장 먼저 스스로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전례의 제1독서는 이에 관한 분명한 증거로서 베드로가 공동체의 ‘원로들’과 어른들에게 한 권고를 제시합니다(1베드 5,1 참조). 이는 베드로 사도가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받은 권위를 가지고 한 권고입니다. 우리는 베드로의 말이 하느님 양 떼에게 봉사하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행적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하시기까지 걸으신 그 섬김의 길,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 자신을 낮추신 그 겸손의 길에서 오로지 아버지만을 믿었기에 결국 아버지께 들어 높여지신 예수님의 행적을 베드로는 직접 체험한 것입니다. 바오로처럼 베드로는 전적으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당신 것으로 차지하신’(필리 3,12 참조) 사람이고, 바오로처럼 그도 이제는 그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살기 때문에 완전한 권위를 가지고 원로들에게 권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그렇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가 한 말씀이 특별히 홍색 추기경복을 입도록 부름 받은 여러분께 적용됩니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원로들에게 같은 원로로서, 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며 앞으로 나타날 영광에 동참할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1베드 5,1). 이 말씀은 본질적으로 특히 이 사순 시기 동안 우리 마음속에 현존하는 파스카 신비를 상기시킵니다. 베드로 성인은 ‘동료같은 원로’로서 자신에게 이 말을 적용합니다. 또한 교회의 어른인 원로는 세월 따라 축적된 연륜과 그 동안 겪어낸 시련들을 통하여 특히 파스카 신비의 내적 역동성과 ‘일치’하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제 갓 추기경 품위를 받으신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못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한 묵상 거리나 영감의 원천을 이러한 말씀들에서 발견한 적이 많으셨을 줄로 압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책임은 이러한 말씀들을 다시금 확실하게 확인해 줍니다. 여러분은 베드로의 후계자와 더욱 긴밀한 유대 안에서 그가 교회의 특별한 직무들을 수행하는 데에 협력하도록 부름 받게 됩니다. 또한 이것은 여러분이 앞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나눔으로써 십자가 신비에 더욱 강렬하게 동참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오늘날 세상에서 또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수난의 참 증인들이고, 따라서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영광에 동참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은총의 원천에서 더욱 풍성한 은총을 길어 올리고 더욱 효과적으로 여러분 주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열매의 씨를 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저는 제 첫 회칙의 핵심인 ‘사랑’이라는 말로 여러분이 부름 받은 이 새로운 소명의 의미를 요약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여러분 추기경복 색상과 잘 어울립니다. 여러분이 지금 입고 계신 홍색 옷이 언제나 그리스도의 사랑의 표현이 되어,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 그리고 온 인류를 향한 열렬한 사랑으로 타오르기를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은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온 세상의 죄를 씻어주시고자 친히 피 흘리시던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되살리고자 애써야 할 또 다른 동기가 생겼습니다. 존경하는 형제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이 한 몸으로 이루는 추기경단 전체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의 진정한 친교의 증언을 통하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는 사실을 이 세상에 선포하리라 기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추기경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의지하며, 사랑의 계명이 더 멀리 더 널리 퍼져서 교계의 모든 신분, 모든 신자 단체, 모든 수도 단체, 그리고 모든 영성 활동과 사도직 활동, 인도주의 활동에서 교회에 새 생명을 부여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열린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려는 우리의 공동 노력으로 그리스도인의 완전한 일치를 향하여 더욱 가까이, 또 확실히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노력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을 향한 교회의 관심이 사랑의 문화에 대한 힘 있는 선언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지금 입고 계신 홍색 추기경복이 이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열렬한 사랑의 참된 상징이 되어 여러분의 삶으로 빛나기를 바랍니다.

    저의 이 모든 기도를 나자렛의 동정 마리아이신 어머니의 손에 맡깁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당신 사랑의 최상의 표현으로 십자가 위에 부어주신 그 생명의 피를 주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내일 거행하게 될 주님 탄생 예고의 신비 안에서 하느님 말씀께서 성령의 작용으로 사람이 되시고 우리 가운데 머물게 되셨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진리와 사랑의 성령께서 새 추기경들과 우리 모두 위에 풍성하게 내리시어, 우리가 그리스도를 더욱 완전히 닮게 해 주시고,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헌신적으로 교회를 건설하고 복음을 전파하게 해 주시기를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