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840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10/09
  • 조회수 : 3,374

자신을 낮춰 세상에 입맞춤하라

자신을 낮춰 세상에 입맞춤하라
60주년 맞은 천주교 대전교구 유흥식 주교
"사랑하면 잘 듣게 됩니다 그냥 들어만 줘도 됩니다"

조선일보 대전 =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우리 대전교구는 국내에서 천주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순교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입니다. 삶과 신앙이 일치됐던 선조들의 모습에 감사하며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올해는 천주교 대전교구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전교구는 1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교구설정 60주년 축제 및 감사미사〉를 봉헌한다. 지난 2일 대전교구청에서 만난 교구장 유흥식(57·사진) 주교는 60주년을 맞는 각오로 '순교 성인에 대한 현양'과 '행동(봉사)'을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 기념행사의 전체 주제도 '기억하여 행하라'로 정했다.

8년간의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유 주교는 1984~1988년 김대건 성인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의 주임신부를 지냈다. 그는 "솔뫼성지는 죄가 엄청나게 쌓인 곳"이라고 했다. 연평균 30만 명 이상이 찾아 자신의 허물을 벗어놓고 가는 바람에 그렇다는 것이다. 유 주교는 "저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고백성사를 한다"며 "현대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하는데 그런 점에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성인들의 성지만큼 훌륭한 고백의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는 성지 8곳에 전담사제가 있지만 내년부터는 성지 3곳에 추가로 전담사제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제 천주교 신자가 인구의 10%에 이르게 된 이상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느낍니다."


▲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아 도보성지순례를 하던 중 서산 해미성지에서 순교자들이 고문당했던 장소로 알려진 바위에 입을 맞추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유 주교는 유난히 '봉사'를 강조했다. 그는 "종교가 지역의 희망, 화합과 희망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구체적으로 대전교구는 60주년을 맞아 현재 하루에 세 번 기도하고, 한끼 100원씩 하루 300원을 모아 남을 위해 기부하자는 '1313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4억5000만원이 모였다. "먹을 수만 있으면 감사해야 한다"는 게 유 주교의 지론이다.

유 주교는 남을 돕기 위한 자세로 "사랑하면 잘 듣게 된다. 들어만 줘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경쟁의 세태를 그냥 두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현대사회는 특히 말로 해서는 안 되고 모범을 보여야 믿는 세상"이라며 "사랑이 행동과 사업, 봉사활동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믿음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제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구장으로서 사목표어가 '세상의 빛(Lux Mundi)'인 그는 "자신을 태워야 나는 것이 빛"이라며 "낮추고 비우려 늘 애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순교자 가장 많은 곳?  대전교구
12일 기념미사 등 행사 다양

1948년 5월 독립 교구로 설정된 대전교구는 교구 내에 순교와 관련된 성지만 10여 곳에 이른다. 김대건·최양업 신부 등 우리나라 첫 번째, 두 번째 사제가 나온 지역이기도 하다. 김대건 성인의 경우는 4대가 순교했다. 유흥식 주교는 "먼저 천주교를 받아들인 신자들의 삶과 신앙이 일치해 주변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입교자가 많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에 박해를 피해 산간벽지로 숨어든 신자들이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에도 굶어 죽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올해 60주년을 맞아 대전교구가 펼치는 〈도보성지순례〉와 〈일일문화피정〉은 순교 성인 현양사업의 하나이다. 2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거리가 가까운 성지 2~3곳을 패키지로 묶어 모두 여덟 차례 열린 〈도보성지순례〉엔 1만 2200여명이 참여했다.

〈일일문화피정〉은 4월 12일 여사울성지에서 시작돼 11월 9일 다락골성지까지 여덟 차례로 나눠 진행 중이다. 유 주교는 "순교 성인을 생각하면서 도보순례를 하는 동안 수확이 많았다. 또 교구 내의 순례 코스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못지않다고 느꼈다. 해당 지역 지자체도 새삼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교구설립 60주년을 맞아 순교성인을 본받아 봉사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