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8010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9/23
  • 조회수 : 3,648

천주교 대전교구 60주년-유흥식(라자로) 주교 인터뷰

천주교 대전교구 60주년-유흥식(라자로) 주교 인터뷰
“지역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해외 빈민에게도 나눔 실천”
대일동영상 바로가기 ☞
천주교 대전교구가 탄생한 지 60주년을 맞았다. 건국 60주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로 환갑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대전교구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성직자 순교자를 배출했고 현재 서천 노인종합복지단지를 수탁, 가톨릭 농수산물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역의 복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수장인 유흥식(라자로) 주교를 동구 용전동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담 = 류용규 문화체육부장>



-대전교구가 설정 60년만에 24만명에 가까운 신자와 114개 본당(2007년 기준)을 갖추는 등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교구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감회는 어떤지요?.

▲대전교구가 문을 연 날은 1948년 5월8일로,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얼마되지 않은 혼란기였습니다. 교구는 복음정신을 바탕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참된 인간양성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60년이라는 세월이 어떻게 보면 짧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국의 격변기 역사와 비교해봤을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대전교구가 설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신부님들이 신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신념 하에 그대로 머물다 값진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웃에게 사랑을 몸소 실천한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6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조그맣던 씨 하나가 어렵게 싹을 틔워 지금은 새들이 쉬어가고 과실이 열리는 거목으로 성장했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와 관련한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타 종교보다 사회운동에 적극 나서왔습니다. 종교단체의 사회참여운동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요….

▲분명한 사실은 가톨릭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존중받도록 모든 힘을 다해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복음적인 눈으로 봐서 인간이 평등한 삶을 살 수 없다면 설령 정치에 다소 영향을 미치더라도 힘을 모을 것입니다.

-종교를 넘어 정이 넘치고 따뜻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실 건지요?

▲정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예수님 자신도 어렵고 고통받았지만 이웃에게 헌신했듯이 말입니다. 대덕구 장애인복지관을 처음 위탁받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봉사가 몸에 익숙해졌고 주는 기쁨 또한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60주년 맞으면서 한 것이 바로 한끼에 100원 나눔 운동인 ‘1313 캠페인’입니다. ‘1313 캠페인’은 1일 세 번 기도하고 매 끼니에 100원씩 하루 300원 봉헌하는 운동으로, 그 100원은 정말 절실하고 배고픈 사람을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모아진 기금은 재가 복지센터의 설립 기금 등에 쓰여지고 현재 한달에 6000만원 정도 모이고 있습니다. (웃으며) 하지만 (내) 욕심으로는 현재 금액보다 3배 이상 들어와줬으면 합니다. 우리 지역의 어려운 이웃뿐만 아니라 해외의 빈민까지도 돕고 싶기 때문이다. 교황청에서도 독려한 이 운동이 앞으로 잘 되리라 믿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최근 카페나, 갤러리의 문을 여는 등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요?

▲인간이 종교를 초월해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제일 큰 어려움은 바로 ‘고독’입니다. 휴대전화, 이메일, 시속 300㎞ 넘게 달리는 KTX 등 서로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는 여건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현대인들은 고독을 느끼고 있죠. 자살은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마저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현재 한국은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영신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단 한번의 클릭 만으로 접촉하는 비정한 세상이 아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푸근한 대화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교와 나눔이 끊어지면 세상은 각박해지고 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최근 현 정부의 종교편향이 문제가 됐었습니다. 원만한 해법으로 종교계나 국가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웃음)무척 민감한 질문이네요. 적어도 한국은 종교인들끼리 평존하게 공존하는 나라였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혜롭지 못하게 이야기하고 행동을 해서 (불교계의)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신앙은 입으로만 얘기할 것 아니라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종교를 내세우기만 했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을 올바로 써야 하는데 신뢰가 덜 가는 사람을 선택하면 문제는 자꾸 커지게 됩니다. 대통령이 철학과 비전이 있는 사람을 올바르게 쓰면서 말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종교편향이 이슈가 됐다는 자체가 불행한 일입니다. 이번 일이 원천적으로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천주교 대전교구 100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신자와 일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 주시죠.

▲천주교 대전교구가 어려운 시기에 출발해서 6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올해는 도보체험을 여덟 차례 열면서 순교자들이 살았던 성지를 둘러보고 그들에게 감사하고 닮고자 결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곳곳에 퍼져 있는 성지를 성역화 해서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천주교 대전교구는 올해를 계기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 나설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받을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주는 기쁨은 경험해 보지 못하면 모르죠.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얼마나 피폐해졌나요? 모두가 이웃과 더불어 주는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또 주교로서 생각한다면 예수님을 전하는 데 입으로만 전하기보다는 그의 사상과 삶, 사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보일 적에 참된 복음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신앙과 삶이 일치하는 그런 삶을 살도록 선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정리 김효숙·사진 장길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