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638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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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권력 의존만 키우는 ‘담화 정권’ - 경향신문

[사설]공권력 의존만 키우는 ‘담화 정권’- 경향신문
입력: 2008년 07월 01일 00:11:36



정부가 그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불법 폭력시위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최루액 살포 등 극단적 처방도 내놨다. 이를 신호로 경찰은 시청 앞 광장의 촛불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등 강경 진압작전을 폈다. 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 도전’ 운운한 이후 엿새 만에 네번째 나온 담화다. 5월2일 촛불집회부터는 모두 7차례다. 그 사이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나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이나 직접 나섰다.

연이은 담화는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부재에서 연유한다. 담화란 본디 국가적으로 특별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총리, 해당 장관들이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수단이다. 국민이 양해할 수 있는 해법 제시는 필수적이다. 현 상황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3~4명의 관련 부처 장관이 줄줄이 나서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불법 시위는 국민의 편에 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26일 한승수 총리), “과격 폭력시위 조장·선동한 자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29일 김경한 법무장관)이라는 등 설득보다 대국민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담화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담화 정권’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공권력 의존 정치다. 공권력 정치는 힘을 바탕으로 한다. 법과 질서의 유지를 명분으로 하나, 공권력 의존도가 커질수록 정권과 국민의 거리는 멀어진다. 현상황의 유일한 해법인 소통이나 신뢰회복이 자리할 공간은 그만큼 없어진다. 공권력 의존정치가 갖는 악순환의 고리는 역대정권들이 경험해온 바다.

공권력 정치는 정부 총동원령으로 귀결된다. 군부정권 때나 볼 수 있었던 전국 읍·면·동장 회의를 개최한 것이나 검찰 전국 공안부장회의, 노동지청장회의 소집 등은 그런 징후들이다.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총동원령을 내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내놓을 해법은 뻔하다. 국민보다 이 대통령의 속내를 헤아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공권력 정치’ ‘동원 정치’에만 매달려 끝내 국민과의 ‘소통 단절’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자초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