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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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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호주산으로 둔갑한 미국산 쇠고기

[사설]호주산으로 둔갑한 미국산 쇠고기

입력: 경향신문 2008년 06월 18일 01:57:36



대형 할인점 홈에버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해 팔렸다는 보도다.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과 섞어 양념육으로 만든 뒤 원산지를 속였다가 시민의 제보로 적발됐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잘못된 협상으로 정부의 검역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대형 할인점에서조차 소비자의 선택권이 조롱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민간 자율규제’가 쇠고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검역주권을 훼손한 정부 실패가 시장에 의해 보정될 수 없음을 웅변한다.

홈에버 쇠고기는 시장논리에 기댄 정부의 직무유기를 비웃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문제에서 신뢰를 잃은 요인은 국가 검역체계로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는 부주의한 발언으로 민심을 자극한 바 있다.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다. 하지만 이번 홈에버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이란 것 자체가 현실과 괴리된 구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일말의 신뢰가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정부는 재협상 대신 수출입 업자의 자율규제를 내세웠고, 한·미 추가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가 자율규제를 선언하고도 홈에버 쇠고기처럼 안한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의 건강권이 업자들의 이권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는 상황을 정부가 권장하는 꼴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쇠고기 민심은 정부와 시장에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검역주권을 확보하고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 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상도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홈에버 쇠고기 파문은 검역 신뢰를 잃은 정부 실패와 원산지를 속이는 시장 실패의 합작품이다. 실패를 교정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정부가 검역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이고,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은 그 다음이다. 자율규제니 추가협상이니 하는 땜질이 아니라 전면 재협상을 하라는 민심의 명령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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