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458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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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교회는-노인사목(하)

"지금 우리 교회는-노인사목(하)"

전담기구 설치, 지역사회와 연대 적극 나서야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은 사회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소비적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성경은 노인을 지혜와 경험이 풍부한 스승(집회 25,5-6)이라고 했다. 통합과 완성의 시기인 노년의 삶은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로워야 한다. 노인이 '노인'이라는 호칭을 거부하는 오늘날 노인이 노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든 세대가 노인을 존경할 수 있도록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가는 것이야말로 노인사목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노인사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노인사목에 대한 인식 제고

 당연한 말이지만 노인사목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노인사목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에 대한 사회의 배려나 정책에 비하면 교회는 아직 걸음마 단계나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할 이는 본당 사제다. 본당에서 차지하는 사제의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좀더 효율적 노인사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본당 사제의 의식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

▲노인사목 전담 부서 설립 및 노인대학 확산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노인사목 지침'을 통해 교구에 노인사목 전담 부서를 설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도 교구에 노인사목부를 설치할 것(평신도 56항)을 건의했다. 노인사목을 강화하기 위해선 노인문제만을 전담하는 부서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노인사목 전담 부서를 두고 있는 교구는 시노드 정신에 따라 2005년 12월 사목국 산하에 노인사목부를 신설한 서울대교구가 유일하다. 대다수 교구는 본당 노인대학들의 협의체인 노인대학연합회를 교구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전담 사제가 없는 상황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전국 차원의 노인사목 또는 노인대학연합회 관련 사제 모임도 없다. 주교회의 산하에 청소년사목위원회를 두고 청소년 사목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인사목 전담 부서는 본당 노인분과와 연계를 갖고 노인정책 수립ㆍ노인교리ㆍ노인자원봉사ㆍ또래교육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등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본당 노인대학의 확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울러 지구와 개별 본당의 노인사목이 좀더 긴밀한 협조 체제 아래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지구 노인사목 지도 사제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사목

 노인층 역시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고 또 각기 다른 욕구를 지녔기에 그러한 상황과 욕구에 부응하는 사목이 요청된다. 일반적으로 65살 이상을 뭉뚱그려 노인이라고 부르지만 젊은 노인층부터 80대 이상까지 고루고루 분포돼 있고, 또 제각기 다른 환경에 처해 있기에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가 노인층을 △55~64살(Young-old) △65~79살(Middle-old) △80살 이상(Old-old) 등 3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특성에 맞춘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이성원(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신부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60~70대 노인들까지 경로우대의 대상으로만 보는 기존 노인관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접근방식이자 노인들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드는 것"이라며 "교회는 노인이 노인사목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인사목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도직 활동 기회 제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노인들에게 보내는 서한」(1999년)에서 "매우 많은 가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와 손녀들에게 신앙의 바탕을 가르치고 있다"며 노인의 긍정적 역할을 역설했다. 많은 노인들은 사도직 활동에 그들의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바칠 충분한 육체적ㆍ정신적 힘을 갖고 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설문조사(2002년)에 따르면 노인 신자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은 봉사활동은 '노인ㆍ병자가정 방문'(66.7%)으로 나타났다. 교회는 노인들이 각종 사도직 활동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특히 노인들 스스로 다른 노인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그들과 함께 사도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재가노인에 대한 배려

 주요 선진국들의 고령화 대책 가운데 하나가 의료비 지출 절감을 위한 '기관 요양에서 재가 요양'으로 전환이다.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는 '오늘날 고령화 사회의 사목 방향'(2003년)이라는 논문에서 "교회로서도 건립과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드는 노인복지 시설보다는 재가 노인에 대한 봉사와 배려가 더 효율적"이라며 "교회 자원을 활용해 자원봉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모집 관리하고, 가정방문 호스피스 등 노인 관련 사도직 수도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재가 노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와 사목적 배려를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노인복지 시설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노인복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와 연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는 노인을 위한 예산 편성과 자원 마련에 적극적이다. 교회에는 외부 자본의 유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당 예산만의 노인사목은 여러모로 한계를 지니며, 노인들에게 보다 큰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다. 본당이 속한 지역의 다양한 인적ㆍ물적 자원과 연대하고 적극 활용한다면 기대 이상의 사목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노인사목, 오름회

 노년기를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노인사목이라면, 노인사목의 이름에서 '오름회'를 빼놓을 수 없다. 저물어가는 시기로 생각하기 쉬운 '은퇴 후 제3기'를 하느님께서 덤으로 주신 축복의 시기로 여기면서 하느님을 향해 자신을 봉헌하며 더 건강하게, 더 기쁘게, 더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모임이 바로 오름회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오름회는 현재 전 세계 60여 개 나라에 3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둔 국제 단체로, 국내에는 2004년에 들어와 서울대교구 인준을 받았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매주 또는 매월 정기 모임을 갖고 친교ㆍ영성ㆍ자기계발ㆍ봉사 등에 중점을 둔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노인사목을 활성화하려면 각기 다른 노년층의 상황과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가 젊은 노년층의 노후 설계를 돕고자 개설한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