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4013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8/04/25
  • 조회수 : 3,188

[논평]부패한 사회 꾸짖은 사제단의 다짐

(MBC 뉴스)

예상했듯이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의 삼성특검에 대한 비판은 날이 서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정도의 수사결과밖에 이끌어내지 못한, 한국 최고의 권력 삼성이 지배하는 한국적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조준웅 특검의 수사결과는 삼성이 숨겼던 재산을 공식화해줬으며, 모든 불법행위의 근본이유인 경영권의 부자세습마저 법적 정당성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검결과는‘자본에 의한 공권력의 매수’라고 요약하면서 특검의 삼성그룹 비호를 강하게 꾸짖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쇄신안 발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불법, 탈법사실을 낱낱이 밝히지 않고 막연하게 용서를 빌었던 점을 들어 쇄신안의 진정성을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발표도 쏟아지는 여론의 화살로부터 잠시 피하겠다는 의미 이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이 지금까지‘대국민약속’을 지킨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사제단의 기자회견 장면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사제단 총무를 맡고 있는 김인국 신부의 개탄이었습니다.



김 신부는 “검찰 고위직에 대한 명백한 뇌물을 폭로 후 6개월이 되도록 여전히 떡값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적 불감증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특검 등에 대한 평가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경제개혁연대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사 결과에 불만스럽다는 응답자들이 60%로, 만족스럽다는 응답자들의 2배가 넘었습니다.

또 불구속 기소된 이건희 회장 등의 처벌에 관해서도 71%가 죄값에 비해 불충분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해 사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사제단은 2007년을 경제민주주의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지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폭로함으로써 절차적 민주주의를 세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제단의 이 다짐은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후 삼성 특검 설치, 수사결과와 쇄신안 발표까지의 과정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읽을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의인 10명만 있었으면 멸망하지 않았을 소돔과 고모라성이 생각납니다.

비록 현 단계에서는 이건희 일가의 불법승계 등을 둘러싼 초법적인 행위들이 무사히 넘어가는 것 같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만간 반드시 다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최용익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