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3804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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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게 부시 대통령을 꾸짖은 교황


워싱턴=최철호특파원(뉴시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즉위 이후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았다. 교황의 이번 미국 방문은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것이 많아 보인다.


미국 땅에 발을 딛기도 전에 베네딕토 16세는 워싱턴으로 향하는 알리탈리아소속 항공기에서 이미 미국내 성직자들이 저지른 어린이 성추문과 관련해 온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에 사과하는 언급을 했다. 그만큼 가톨릭 신부들이 오래 전부터 저지른 갖가지 성추문에 대해 미국 내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교황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내에서 로마 가톨릭교에 대한 인기도는 나날이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에는 워싱턴 지역 가톨릭성당에는 백인 미국인들의 모습은 줄어들고 원래 전통적으로 가톨릭을 신봉하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로 신자가 바뀌고 있다는 기사를 교황 방문 직전에 의미심장하게 보도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가톨릭이 미국 사회에 제대로 와닿게 행동하는가 하는 질문에 6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2005년의 52% 응답률보다 더 높아진 부정적인 대답이다. 거기에는 가톨릭 성직자들이 저지른 오래된 성추문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가톨릭교회가 성직자 성추문을 제대로 다루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단 24%만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무려 73%가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교황이 미국땅에 발을 디디기 전 사과까지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교황의 이번 미국 방문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의적절했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 최대 강국으로 자처하면서 온 세계의 비평을 귀담아 듣지 않는 오만한 자세, 지난 수십년 동안 이뤄져온 인권보호장치인 법원의 영장에 의한 도감청 방지, 표현의 자유 보호조치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려진 나라. 명분도 없는 전쟁을 무려 7년 이상을 이어오면서 이라크 국민 수십만 명은 물론 자국의 선량한 군인 4000명 이상을 죽게하고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상한 나라 미국에 대해 누군가는 그 잘못을 지적해 줘야 하는 때가 왔다는 말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우리내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는 인본사상이 아니더라도 현재 미국의 현실은 하늘의 판단이라는 교황으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반향해 봐야 하며, 무엇이 절대 선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대철학 석학들의 지적이기도 했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역시 부시 대통령과 교황의 대면시 인권문제와 종교적 관용, 그리고 과격 극단세력에 대한 전쟁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바로 이라크 문제와 최근 이어진 인권 침해사례에 대한 우려가 부시에게 전달될 것이란 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실 교황과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탈리아 방문시 부시는 교황을 알현했었다. 물론 부츠를 신은 그는 교황앞에서 발을 꼬고 뒤로 기대는 건방진 자세로 알현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부시에게 충분히 예상되는 그런 실수였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었다.

미국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에는 지금까지 반드시 구설수가 따랐다. 교황이 미국땅에 발을 디딘 역사는 무려 89년이라고 한다. 지난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즉위한 지 얼마안된 시점에서 교황 바오로 4세가 방문했었으며, 당시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그를 맞이한 케네디는 손에 키스하지 않고 악수만 해 '건방졌다'는 신자들의 비판에 두고두고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한들 이번 교황방문은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아주 상징적이면서도 창피한 상황을 맞이했었다는 평가가 한참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교황을 위해 준비한 만찬에 주빈인 교황이 참석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호스트인 부시 대통령은 교황의 영접은 했지만 그를 위해 준비한 만찬은 교황에 의해 거부당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만찬 ‘접대’를 거부한 교황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무슨 일정이 겹쳐서도 아닌 그저 너무나 간단한 거부였다. 속세의 범인들은 이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한다. 결코 부시 대통령이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바로 “이번 교황의 방문은 부시 대통령을 꾸짖으러 왔다”는 말이다. 제정분리 사회에서 종교의 수장이 정치의 수장을 점잖게 꾸짖고 갔다는 평가가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