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3261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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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파 역사 교과서도 문제다

[중앙일보]

뉴라이트 단체 ‘교과서 포럼’이 22일 펴낸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세계사적으로 근대문명이 수입됐다”고 했고, 5·16 쿠데타에 대해서는 “한 세대 걸친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을 이루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이 같은 역사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본다. 한민족을 총칼로 억압한 식민통치를 근대문명의 출발로 본다거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정한 독재정치는 감추어지고 근대화의 공로만을 돋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균형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안교과서의 역사인식은 근대화 달성을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협하다.


학교 교육의 목표는 헌법의 기본 이념인 자유·민주·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가르쳐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다. 대안교과서의 시각은 이 같은 목표와 거리가 있다. 집필진 중에 한국사는 고사하고 역사학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도 보편적 시각의 결여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식인·학자들이 모여 이 같은 책을 집필해야 했던 이유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잘못된 역사쓰기는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학교에서 사용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가운데 일부 내용은 친북 좌파 편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례로 대한민국의 건국에 대해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져 통일 민족국가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고 하면서 천리마운동에 대해선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전반에 걸쳐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큰 역할을 했다”고 후한 점수를 주었다.


교과서 포럼은 이에 맞서 우파적 시각에서 근현대사를 보자는 취지에서 대안교과서를 만들었지만 또 하나의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을 뿐이다. 한쪽이 좌파 민족주의 검정교과서라면 다른 쪽은 근대화 지상주의 대안교과서다. 이런 대립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하지만 편협한 이념으로 갈라져 각각의 입맛에 맞게 과거가 왜곡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학생들을 위한 역사교과서라면 공정성·객관성이 더욱 요구된다.


대책은 하나밖에 없다. 역사학계가 앞장서서 새로운 교과서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위원회에서 보편 타당한 시대의 가치와 역사적 해석이 무엇인지를 수렴한 뒤 전문가를 모아 집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은 자유·민주·인권·시장이란 헌법의 기본 이념을 기초로 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