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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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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 - 손혁재 참여연대 정책위 부위원장

[시론]정치와 종교
손혁재 참여연대 정책위 부위원장


2008년 03월 21일 (금) 전자신문 | 20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며칠 전 주요 일간지에 전국 모든 지역구에 후보공천을 마쳤다는 내용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광고주는 평화통일가정당이다.

가정당은 '가정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가정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선보이겠다는 신생정당이다.

가정당은 3대가 함께 사는 가정, 청소년 순결교육, 3자녀 이상 가정에 학비·병역 혜택 등의 내용을 담은 '가족행복특별법'의 제정을 약속하고 있다.

가정의 가치를 앞세운 이 같은 정당의 등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가정의 가치는 이미 지난 대선 때도 강조됐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가족행복시대'를 내걸고 '가족이 행복한 나라, 좋은 대통령'을 국민에게 약속했었다.

가정붕괴가 일상화돼 가는 현대산업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가정과 가족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감성적 접근이었다.

그러나 가정당의 등장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당은 종교의 정치진출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가정당은 통일교가 만든 정당이다. 245개 지역구의 후보는 대부분 통일교 목사와 교단의 임원 등이다. 통일교가 정당을 왜 만들었을까? 평화, 통일, 가정 등 통일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종교적 노력으로만은 한계가 있어 정치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창당했다는 것이다.

과연 종교단체의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유럽 여러 나라에는 기독교민주당, 기독교사회당 등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종교를 배경으로 한 정당이 있다. 바로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자유민주당과 사회당 양당의 대립구도 속에서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때로는 연립정부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공명당은 우리나라에 '남녀호랑이교'로 알려진 '창가학회'의 본가인 일련정종(日蓮正宗)이라는 불교유파가 만든 정당이다. 1964년에 창당한 공명당은 1967년 총선거에서 25명의 후보를 당선시켜 의회에 진출했다.

그 뒤 공명당은 일정한 지지를 바탕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통일교는 가정당이 일본의 공명당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통일교의 정치세력화를 이명박 대통령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분석도 있다.

독실한 개신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기에 통일교가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창당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일교의 위기감을 단순한 피해의식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측면이 있다. 통일교 기업인 일화가 경기도 성남시를 연고지로 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성남시가 일화축구단과의 운동장 사용계약을 중단하려 한 적이 있다. 성남시의 개신교 교회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당 말고도 개신교계의 정당이 얼마 전 만들어졌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를 맡은 기독사랑실천당이다.

행사를 예배 형식으로 하고 헌금도 하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다며 진짜 돈 안 드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기독사랑실천당 역시 모든 지역구에 다 후보를 낼 방침이라고 한다.

기독사랑실천당은 동성연애·체세포 복제·사립학교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밝히고 있다. 또 목회자 세금부과와 교회건축기반시설분담금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한다.

정교분리의 원래 취지는 정치가 종교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 종교인들이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기독교계 정당의 등장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전광훈 목사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파문이 일었고,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창당한다는 취지가 우려스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