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2960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8/03/05
  • 조회수 : 3,220

[생태칼럼]식량 자급기반이 근본대책


국제 밀가루값이 최근 20% 급등했다고 한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라면 사재기가 뜨거웠다. 무슨 변고일까. 언론은 농산물 가격 앙등이 빚는 ‘애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데, 이번 밀가루값 앙등의 원인은 단순했다. 주요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이 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카자흐스탄의 발표가 가격 인상의 빌미가 된 이유는 세계 곡물 유통을 몇몇 다국적기업에 의존하는 데 있다. 그 결과 곡물마저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가격이 소문에 민감하게 된 것이다. 라면 사재기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도매상이 철근을 비축하는 횡포보다 무서운 것은 소문에 요동치는 곡물시장이다. 불안심리에 편승하는 시장은 가격을 순식간에 끌어올려, 다국적 곡물상이 이윤을 독점하는 만큼 수요자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곡물값의 상승 요인은 이미 배태돼 있었다. 증산이 주춤하는 사이, 수요가 상승한 것이다. 늘어난 인구보다 곡물 소비가 증가하지 않았던가. 곡물로 가축을 사육하는 만큼 육류 소비 증가는 곡물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곡물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옥수수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발표는 멕시코 서민의 토틸라값을 두 배 끌어올렸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달랑 5%다. 이제라도 연구팀을 꾸리려는 정부는 사료작물 재배 면적을 늘리고 선물시장을 통한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시장의 다변화를 꾀하려는 기업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유전자조작 곡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사태가 충분히 예측되었음에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책임을 따져야 할 테지만, 급한 불을 끄려는 자세는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대처가 근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온난화와 환경변화로 화학농법에 의한 단일 작물의 대규모 공급이 한계에 부딪혔다. 다국적기업에 의존하는 선물시장은 추가 부담이 없는 안정적 공급을 외면할 것이다. 바이오디젤 업체에 공급하는 편이 유리한 다국적기업은 멕시코 서민을 외면했다. 석유가 무기화되듯, 카자흐스탄의 선례를 다른 수출국이 참조할 가능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보조금으로 저렴해진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유전적 다양성마저 결여된 까닭에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해 내일을 보장하지 못한다. 안전성이 의심스럽지만 온난화 이후의 대안일 수 없다. 수입 대책은 미망이다. 지금은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 자급기반을 늘려 서둘러 안정화시켜야 한다. 자급기반이 높아질수록 국제곡물시장의 추이에 불안해지지 않을 테니 곡물 가격도 차차 안정될 것이다. 진행이 빨라지는 온난화는 식량안보에 빨간불을 켰다. 급한 불을 끄기에 앞서 근본 대책을 세워 어서 실천해야 한다.


〈 박병상 인천 생태·환경硏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