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2882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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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휴대폰 안쓰기 10년째… 박기호 신부

자동차·휴대폰 안쓰기 10년째… 박기호 신부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예수살이 공동체의‘산 위의 마을’에서 만난 박기호 신부는“절제된 소비를 할 수 있을 때 하느님이 주신 창조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프(Off)운동'10년째 예수살이 공동체 박기호 신부 "TV·휴대전화 쓰지 말자" 절제하는 삶 살기 생활화 亞 가난한 학생 지원도
"예수님이 지금 세상에 오셔서 우리의 소비문화를 보면 무어라 하실까요?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도 충동구매로 사고, 과시욕 때문에 큰 차 사고, 그러면서 마구 버리는 이런 소비문화를 가리켜 '악령(惡靈)'이라고 하시지 않을까요?"

과소비 욕망을 잠재우자는 뜻에서 '오프 (Off)운동'을 벌이는 천주교 '예수살이 공동체' 박기호(59) 지도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박 신부는 박노해 시인의 친형이다. 쇼핑, 텔레비전, 휴대전화, 자동차, 신용카드, 가공식품, 화장품 등을 쓰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이 공동체는 3월 1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예수가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뿌리친 것처럼 소비문화의 유혹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뜻에서 탄생한 공동체다. 1990년대 이후 청년층의 교회 이탈 현상을 분석해 그 대응책을 모색한 끝에 결성됐다.

박 신부는 "과거엔 성당에 모여서 복음을 나누며 행복해 했다면, 이젠 TV와 컴퓨터,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에 온통 귀가 쏠리고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대중매체에서 쏟아지는 마케팅 정보는 사람들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왜 이게 필요하지?'라는 질문을 할 새도 없이 새 모델이 나오면 멀쩡한 냉장고도 돈을 내면서 쓰레기로 버립니다. 소비문화에 포박돼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주체적 결정권을 잊은 겁니다."
뜻을 함께하는 동료사제 10여명과 신자들이 모여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기쁨, 현실에 도전하는 투신'을 기본정신으로 공동체가 탄생했다. 일반인들이 공동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동 교육'을 받는다. '배동'이란 곡식의 이삭이 나오려고 대가 불룩해진 모습을 뜻하는 단어로 이 교육을 마치면 '배동이'(준회원)가 된다.

또 활동의 적극성에 대한 평가 등을 거쳐 민들레(정회원)가 된다. 현재까지 배동이는 1100여명, 민들레는 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된 소비생활을 했는지 경험담을 홈페이지(www.jsari.com)에 올려 정보를 공유한다. 소비생활의 변화를 통해 영성(靈性)을 가꾸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매일 명상, 매주 섬김, 매월 성찰모임, 매년 공동체 생활' 등 4행(行)과 '기도하라, 노동하라, 공유하라, 배려하라, 정직하라'의 5계(戒)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매달 5000원씩 계를 붓듯이 기부해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의 빈민 학생 교육비를 지원하는 '5천원계'에는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5천원계'는 일본으로 전파돼 삿포로의 천주교 신자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예수살이공동체는 공동체 체험을 위해 1999년 3월 서울 합정동에 '밀알의 집'을 마련한 데 이어 2004년엔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 '산 위의 마을'을 설립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박 신부도 2006년 안식년을 계기로 '산 위의 마을'에서 상주하며 4가족 10여명과 함께 매일 새벽 미사 드리고 유기농 채소와 과일, 가축을 키우고 저녁엔 기도모임을 갖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3월 1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감사미사를 갖는다. 박 신부는 "10년 활동을 점검, 반성하는 한편 '오프운동'을 대중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예수살이공동체 박기호 신부가 절제된 소비생활과 이를 통해 영성을 가꾸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 신부 뒤로 충북 단양의 산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김한수 기자


[단양=글·사진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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