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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0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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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봄소식과 함께 만나는 귀한 손님

[아침마당]봄소식과 함께 만나는 귀한 손님

정지풍 성거산성지 신부


2008년 02월 25일 (월) 전자신문 | 20면 충청투데이 ctoday@cctoday.co.kr


차령산맥의 줄기인 천안의 성거산 자락은 해발 579m로 목천읍의 2개의 면과 성거읍, 입장면을 끼고 도는 산으로 기온이 평지보다 4∼5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높은 산들은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성거산 자락은 3월 중순경이 되어야 쌓여 있는 눈도 녹고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험준한 산입니다. 이 곳에는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65년 동안 끈질기게 신앙 박해로 인해 신앙을 지키다가 목숨을 빼앗긴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묘소가 있습니다. 오롯이 반겨주는 사람 없이 산 짐승들과 벌 나비들만이 이 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인지 이 묘소에는 슬픈 역사를 대변하듯 분신과 같은 들꽃들이 달이 바뀔 때마다 청초한 색깔과 자태를 나타내며 애수(哀愁)를 띠기도 합니다.

자연의 섭리 속에 자라난 진귀한 야생화들이 차거운 땅기운을 뚫고 봄 햇살을 받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뽑내는 모습을 보면서 야생화에 눈이 열리게 되었고 야생화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야생화를 볼 때는 화려하지 않고 매력적이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윽한 멋과 은은한 향기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맴돌면 눈 속에서 피는 연꽃, 설견화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납니다.

봄을 알리는 반가운 손님들!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면 노루귀, 남산제비꽃, 현호색, 할미꽃, 괭이눈, 앵초, 애기나리 등 신비스런 빛깔을 수놓으면 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이곳을 순례하는 사람들은 경외감을 느끼며 그들의 발목을 잡곤 합니다.

한국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꽃에 관한 이야기들 즉, 꽃에 대한 미의식, 꽃과 민속, 꽃과 문학, 꽃과 예술, 꽃에 얽힌 전설 등을 보면 꽃은 항상 우리 문화 속에 동반자로서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다양한 민족들의 꽃에 얽힌 전설들도 수 없이 많습니다.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고 물 속에 비친 자신을 찾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든 나르시스(수선화), 고려 충렬왕에게 시집간 제국공주가 작약으로 인해 향수병을 앓다 죽게 된 사연, 진실과 결백을 밝히려고 밥알 두 개 입에 물고 꽃으로 피어난 며느리밥풀 꽃,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였으나 더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부끄러워 꽃이 된 미모사 공주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풀꽃들의 이야기들은 새로운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예로부터 자연 속에 귀결해 꿈꾸듯 사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접촉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생활을 아름답게 가꾸는 계기가 됩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 꽃처럼 아름다워지며, 그 꽃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축적하면 축적할수록 훨씬 더 아름답고 신선한 마음씨를 배양하게 되는 것입니다. 꽃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숭고한 선(善 )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연미(自然美)에 잠시라도 묵혀보는 생활은 공해와 오염으로 더럽혀진 우리 마음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스리는 지혜를 익혀 주곤 합니다. 자연생활은 물질의 노예, 숨가쁜 나날, 공허감, 이 모든 우울한 생활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루소는 '인간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하였고 괴테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질병에 가까워진다'고 하였습니다. 유엔 환경개발모임에서는 '세계는 환경전쟁 중'이라고 선포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낙후된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건설도 중요하지만 환경우선 정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무조건적 개발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자연보호라는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나무와 꽃과 인간이 문화적으로 맺어온 자연과의 정신적 유대관계도 회복해야 합니다. 이제 머지않아 성거산 자락에 찾아올 반가운 손님 야생화를 생각하면서 찾아올 그 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