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2424
- 글쓴이 : 한광석
- 작성일 : 2008/01/28
- 조회수 : 3,130
CBS TV, "교회건축, 어떻게 할까?"
'성전', '예배당'은 잘못된 표현, '교회의 집'(교회당)이 옳다
CBS TV, "교회건축, 어떻게 할까?" 방영
(노컷뉴스)
▲ CBS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크리스천Q’는 ‘교회건축, 어떻게 할까?’ 편을 통해 교회건축의 현주소와 새롭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임종수 목사, 정시춘 소장, 윤선주 목사. (사진제공 노컷뉴스)
새해에 교회들이 세우는 가장 중요한 연간 계획 중 하나가 바로 교회건축. 많은 교회들이 이른바 ‘성전건축’을 목표로 교회 역량을 모아가는 노력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교회건축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성전’, ‘예배당’ 개념이 기독교적으로 옳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BS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크리스천Q’는 ‘교회건축, 어떻게 할까?’ 편을 통해 교회건축의 현주소와 새롭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출연자들은 ‘성전’이란 표현을 내세우며 교회건축에 올인하는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회건축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했다.
예배당인가? 성전인가? 신앙공동체가 사용하는 ‘교회의 집’
디딤돌교회 윤선주 목사는 “‘성전’이란 표현이 남용되고 있다”며 “구약시대의 특수성상 임시체제로써 성전, 성막이 필요했다. 그러나 신약시대부터는 성도 개개인이 하나님의 영이 거하는 성전이다. 그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그런데도 건축을 독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전건축’이란 잘못된 표현을 공공연하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주건축연구소 정시춘 소장은 “오늘의 교회는 예배를 넘어서 친교와 교제, 나눔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예배당’은 예배 중심의 협소한 교회개념”이라고 해석했다. 함께 패널로 출연한 한국교회건축 문화연구회 회장 임종수 목사(큰나무교회)는 “같은 맥락에서 ‘성전’이나 ‘예배당’ 대신 ‘교회의 집’ 혹은 ‘교회당’이란 표현이 옳다”고 주장했다.
교회건축 집착은 그릇된 성장주의에서 비롯
출연자들은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건축에 나서는 분위기에 대해 우선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시춘 소장은 “교회건축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비대화, 고급화되고 있다. 교회 건물이 신도들의 교회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의 세태를 진단했다. 윤선주 목사 또한 목회의 비중을 지나치게 교회건축에 두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이런 병적 집착은 한국교회의 그릇된 성장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 일부 교회들이 건축을 넘어 땅 투기에 뛰어드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윤 목사는 “신도시의 종교부지들이 일부 여유 있는 교회들에게 선점당하고 프리미엄 붙여서 팔리기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전문 부동산업자까지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사회문화관을 교회 건물로 쓰고 있는 자신의 교회를 예로 들면서 “건물 자체가 아니라 목회와 신앙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문제의식이 더 중요하다. 건물 문제에 대해 고정관념이나 두려움을 갖지 말고 대안을 찾고 실험을 해보자. 지역 공회당을 빌려 쓰는 방식도 새로운 교회개척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건물 소유하지 않는 불편함도 하나의 신앙고백
한편 최근 일고 있는 ‘교회건물 안 짓고 공공시설 이용하기’와 관련해 일부 의견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윤선주 목사는 “교회건축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다. 주일마다 교회집기를 나르고 세팅하는 불편함은 따르지만 이런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하나의 신앙고백이다. 때로는 공간을 그때마다 필요한 형태로 바꿀 수 있어 오히려 유리하다. 현장예배가 늘어나고 신앙체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다”며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장점을 말했다.
건물은 사역의 도구,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
그러나 임종수 목사는 “건물 없는 성전 운동의 정신에는 동의하나 본래의 참뜻보다는 블루오션 레드오션으로 구분되고 기성 교회에 대한 정죄 측면이 비쳐지는 것은 민망하고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시춘 소장 역시 “건물을 임대해 쓰다가 소유주가 갑자기 나가라면 그 많은 성도를 끌고 어디로 나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건물 없는 성전 운동 취지에 매우 공감하지만 교회는 하나님 사역의 도구이며 건물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 와는 상관없이 잘 쓰여 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회건축은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
한편 첨탑이나 넘치도록 많은 십자가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국교회 건축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시춘 소장은 “건축은 하나의 언어다. 교회건축은 ‘교회가 과연 세상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첨탑 위에 달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믿지 않는 이들은 어쩌면 예수가 세상을 등지고 하늘 높은 곳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읽을 수도 있다. 우리 곁, 낮은 곳에 임하신 예수와 십자가를 교회건축에 구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회’를 지어라
정 소장은 또한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그는 “교회건물은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는 ‘증거’가 되어야 한다. 우리만의 필요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필요도 생각하며 건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1세기 화두인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이 교회건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 스며들고 자연과 잘 어울리느냐, 또한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는 생태건축을 할까 고민해야 한다.”
상가 교회는 임시거처가 아닌 바로 나의 자리
한편 교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가 교회에 대해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임종수 목사는 “나도 19년간 상가 교회를 이끌어온 경험이 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그곳이 임시거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건축을 하든 상가 교회에서 목회를 하든 이 자리가 나의 자리라는 생각으로 목회해야 한다”며 상가 교회의 주인의식을 촉구했다.
정시춘 소장 역시 “적지 않은 상가 교회들이 방치되거나 디자인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교회 현판을 보면 솔직히 나조차 들어가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장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현판이나 십자가 하나를 세우더라도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