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교는 자신의 근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전례력을 보내고 있다. 그 절정은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이고, 그중에서도 성삼일과 부활 대축일이다. 신자들은 해당 축일에 특별히 구성된 전례에 참여하여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지만, 그것이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생하게 깨닫고 새기기는 쉽지 않다. 전례에 담긴 그 깊은 신앙의 신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탁월한 교의신학자인 그레샤케 신부는 바티칸 라디오 독일 지부의 부탁을 받고 성삼일과 부활에 대해 강연하였다. 해당 축일 전날에 방송한 각 날의 주제는 이러하다. 성목요일: 일치-하느님이 이끄시는 길, 성금요일: 죽음 속에 생명이 있네, 성토요일: 희망 속에서 견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다, 부활: 우리는 모두 부활할 것입니다. 이 주제를 좀 더 보완하여 펴낸 이 소책자에서, 70대의 학자 신부는 이 모든 일이 ‘바로 오늘’ 일어나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과거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그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 구원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열려 있는 현재의 사건이라고 역설한다. 함께 실린 몇몇 그림과 묵상 역시 우리를 그 사건의 신비 속으로 데려간다.
이 글은 단지 성삼일 전례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밝히는 선포이다. 그 신비가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삶의 근본 토대를 이루기에 그 내용을 올바로 알아듣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오늘’ 그 신비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체험한 이들은 모두 변화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신앙의 핵심을 짚어 간결하게 오늘의 언어로 쉽게 전해주는 이 어려운 일을, 그레샤케 신부는 놀랍게 해냈다. 방송 원고라 입말체로 구수하게, 그러면서도 깊이 통찰한 이 묵상은 코로나와 기후 위기에 흔들리는 우리에게 건네진 선물이다. 무척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바가지의 물, 조금씩 음미하며 계속 마시고픈 그 생명의 물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