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 격
임금자(알퐁소) 지음 | 153×224 | 728쪽 | 16,800원 | 2011년 9월 5일
19세기 조선의 재발견!
신분의 벽을 부수고 평등 사회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
중국철학을 전공한 수녀가 쓴 ≪파격≫은 1834~47년에 일어난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적 사건을 뼈대로 하고, 문학적 진실로 살을 채워 넣은 장편소설이다.
19세기 상하이와 광저우를 넘어 미국을 향해 배를 띄운 양반 출신 거상 정시윤과 역관 김재연의 활약상을 그린 역사소설이면서, 목숨을 걸고 조선에 입국한 앵베르, 페레올, 모방, 샤스탕 같은 서양 성직자와 조선인 최초로 신부가 된 김대건의 활동과 신도들의 순교를 그린 종교소설이다. 작가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세계를 정교하게 연결해 드라마틱한 역사소설을 탄생시켰다.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아편 전쟁 같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조선이 변화해야 함을 인식하고 그 신념을 실현하고자 노력한 정시윤, 김재연, 초선, 그리고 동양의 문화적 자부심과 몰락해 가는 19세기 동양 사회를 동시에 상징하는 청국의 장수 다이전 같은 허구의 인물이 어우러져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현대 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인간상을 그려 내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묻고 있다.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파격≫의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건강한 가치관과 평등사상이 빛을 발한다. 또한 사실과 허구를 촘촘하게 엮은 저자의 내공 덕분에 아편 전쟁을 종결하는 난징 조약 현장에 김대건이 프랑스 세실 제독의 통역관 자격으로 참석한 상황이나 조선 사신단의 사행 과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왜 지금 ≪파격≫을 읽어야 하는가
이 소설은 신분제도를 철폐하는 것만이 조선 백성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 믿고, 그 신념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인 ‘파격(破格)’의 ‘격(格)’은 당시의 신분제도를 의미한다.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수용하려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막으려는 세력의 가치관 사이에서 빚어지는 마찰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사랑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조선과 청국을 드나들면서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조선의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던 역관과 상인, 그 주변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현재의 삶과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