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7480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27
  • 조회수 : 1,463

[공지] 2021년 사목교서




"신앙과 삶이 하나되어 모두 한 형제로 걸어가는 공동체"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
1.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덮치면서, 우리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지난해를 살았습니다. 이 땅에 가톨릭 신앙이 전파된 이래 처음으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전염병과 함께 기존에 살아왔던 많은 방식이 정지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 온 삶의 양식을 되돌아보도록 요청받았습니다. 또한, 지난해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는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가 심각함을 드러내었고, 공동의 집인 지구의 울부짖음에 더는 침묵할 수 없도록 인간 삶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 어둠 속에서 빛과 새로운 길을 찾고 걸어가는 희년

2. 시대의 변화를 요청받는 이때, 한국천주교회는 2020년 대림 제1주일부터 1년을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유네스코(UNESCO)는 2019년 11월 14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드러낸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김 신부님은 신분 질서가 엄격한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 존엄하고 평등하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그리스도교의 신앙 가치를 조선에 전파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선전도를 제작하여 유럽에 조선을 알리는 데에 이바지하셨습니다.

3. 희년을 맞이하면서 200년 전 김대건 신부님께서 사셨던 삶의 자리를 되돌아봅시다. 1784년 이승훈의 세례로 태동된 한국천주교회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신자가 순교하거나 유배를 당하였습니다. 1817년 인도에서 발병한 콜레라가 세계를 휩쓸며 중국을 통해 1821년에 조선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의료체계는 전염병에 무지하였고, 당쟁으로 인하여 정치적 불안감이 엄습하였으며, 봉건 계급 사회는 변화를 요구받던 시기였습니다.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민심이 흉흉하던 어려운 시기에, 조용한 시골 솔뫼의 한 신앙 가정공동체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였습니다.

4. 변화를 요청받았던 시기, 우리 선조들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그 길을 찾았고, 그 길은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어 교회를 이루며 퍼져나갔습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그리스도교 진리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였고, 그 신앙은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께 이어졌습니다. 15세의 소년 김대건은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에 가서 프랑스 선교사들로부터 철학과 신학, 과학기술과 항해술, 의술 등을 배웁니다. 사제가 되어 조선에 입국한 후 전염병과 사회 부조리로 힘겹게 살고 있던 백성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셨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산 제물로 순교를 통해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 신앙과 삶이 하나되는 교구 공동체

5. 김대건 신부님 탄생 당시의 시대 배경과 오늘날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희년을 지내게 되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 새로운 삶의 질서에 대한 요구는 우리에게 주어진 희년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순교의 영성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6.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 신앙 선조들에게 신앙과 삶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배운 바를 믿고, 믿는 바를 삶으로 옮긴 것이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이었습니다. 근래에 개최하였던 교구 시노드 과정에서 평신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신앙과 구체적인 삶의 괴리라고 답한 것을 기억합니다. 믿는 바를 구체적인 삶으로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나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져야 하며, 우리의 간절함이 마주할 때 가능합니다. 희년을 살아가면서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 신앙 선조들로부터 그 길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7.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해 우리 교구 희년의 부제인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의 의미를 되새겨봅시다. 이 표현 안에는 ‘탄생’과 ‘십자가, 죽음’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피우기 위해 반드시 희생, 고통, 봉헌을 담고 있는 십자가를 통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신앙의 본질입니다. 참된 사랑의 열매는 이 여정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은 죽음을 불사하고 신앙을 지키려 했던 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김대건 신부님 역시 순교의 토대 위에 자신이 받은 소중한 생명을 또 다른 생명을 피우기 위해 바치셨습니다. 희년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어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성찰하고, 구체적인 삶을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 함께 한 형제로 걸어가는 여정

8.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함께 신음하는 이 때, 지난 10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새로운 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발표하셨습니다. 「모든 형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 혼란 속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두 경향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이기주의와 배타주의를 토대로 하는 양극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놓고 국가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치료제는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며 공생의 길을 걸으려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바탕으로 이 고난을 함께 이겨내자고 제안하십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인류 모두가 한 가족이고 형제라는 인식을 키워야 합니다. 모두가 같은 배에 타고 있으며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홀로’가 아닌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형제애를 나누며‘함께’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9.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에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이 위기를 경고하셨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국가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우리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점점 가속화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이고,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작은 생명들입니다. 원인이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이었으니, 그 해결책도 우리 모두 함께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10. 우리 선조들의 신앙과 삶이 일치하였듯이, 형제애는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모든 피조물의 소중함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회심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서로 가까이 다가가도록 편견과 개인적 이익을 극복합시다. 우리에게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특별히 고통받는 이들과 피조물들을 우리의 형제요, 가족으로 품는 공동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올해는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구체적 실천들이 사목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두가 한 형제로 함께 걸어가면서,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 나눔을 더욱 실천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교구 사목 실천 방향

11. 첫째,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시노드적 방식으로 살아갑시다.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으로 옮기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희년 준비위원회를 거쳐 진행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희년 진행위원회는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침을 제시하기보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한 큰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 방향을 토대로 교구의 본당, 기관, 교회 운동과 단체 등은 자발적으로 희년을 어떻게 보낼지 그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여 구체적 실천들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내게 될 희년은 단순한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받는 오늘날, 교구 공동체에 새로운 탄생을 피우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기존의 교회 활동들이 위축된 가운데, 신앙생활의 소중함을 체험하기도 하였지만, 소홀해진 것들도 많습니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한 각 공동체 하느님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로 새롭게 탄생하는 교구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12. 둘째,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우리의 삶과 실천으로 기념합시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읽고, 듣고, 배우고, 나눈 것들을 체험하기 위해 그분들의 삶의 자리를 순례하는 것은 희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 줍니다. 희년 진행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서적 리스트와 특강 및 성지순례 등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제공할 것입니다. 제공되는 자료들을 토대로 교구 하느님 백성이 희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사목적 실천들을 마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3. 셋째, 가정교회의 활성화를 위해 각 가정 안에서 신앙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과 사제직을 통한 삶의 봉헌은 가정의 신앙적 토대 위에서 자라났습니다. 가정은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신앙 공동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통해 가정 교회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달았습니다. 각 가정 안의 신앙적 토대는 우리 일상의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희년을 보내면서 각 가정이 함께 기도와 말씀 나누기 등을 통해 서로의 삶에 힘을 불어넣어 줍시다.

14. 넷째,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생태적 회심을 통한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갑시다. 코로나19와 지난해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는 우리에게 지구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생태적 회심을 통해 우리의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합시다. 이를 토대로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탄소저감 운동,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물품 사용, 먹거리 문화 바꾸기, 대중교통 활용과 걷기 등)을 각 가정, 본당, 기관 등에서 마련하여 실천합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당장 실천해야 할 긴박한 사안임을 명심합시다. 우리 모두 공동의 집을 살리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저는 이미 6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태 보존을 위한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발표되었을 때, 각 본당의 사목평의회에 생태환경분과를 설치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올해 신청사가 출범하면서 교구청에 사회복음화국을 신설합니다. 사회복음화국의 중요한 사목 방향 중 하나는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전 교구적 실천을 독려하고, 각 본당과 기관의 해당 분과와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 실천들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교구의 모든 본당 사목평의회에 ‘생태환경분과’를 ‘사회복음화분과’로 개편하고, 아직 마련되지 않은 본당들은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15. 다섯째,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는 교구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교회는 그 출발부터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였습니다. 형제애로, 겸손하고 너그러운 봉사로, 정의로, 가난한 이를 향한 자비로(「복음의 기쁨」, 194항 참조)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이는 가난한 사람이 되시어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 곁에 계신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복음의 기쁨」, 186항 참조)을 토대로 한 실천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더욱 고통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가난한 이들입니다. 저는 2년전 사목교서에서 가난한 이들을 돕는 복지예산 5%를 매년 1%씩 늘려달라고 간곡히 당부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각 본당과 기관의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교회가 사용하는 재화는 우선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해야 함을 기억합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각 본당 예산의 7%를 사회복지 예산으로 배정하고 집행하여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을 가난한 이들, 가난한 나라와 함께 나누는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16. 여섯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합시다. 지난 3년 동안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대와 희망과 함께 더 큰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2017년 한국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천주교회의 호소문”을 인용하셨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여정은 인내를 요구합니다. 지속적인 대화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다각도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 여정을 위해 용서와 화해는 기본입니다. 올해도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다양한 변수로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길은 바로 참된 평화가 이 땅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는 평화 정착을 위한 소중한 토대라는 것을 잊지 말고, 매일 저녁 9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하며, 성모님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전구해 주시길 청합시다.

17. 하느님의 은총과 교구 하느님 백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세종시에 교구청 신청사가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희년을 맞이하여 솔뫼 복합문화센터(성 김대건 기념관)도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기념하고 청년들의 복음화를 위한 공간인 “청년문화센터”(해미 Wake-up Center)도 순조롭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었지만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의 기도와 협력 속에서 완성되어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공간들은 새로운 시대의 교구 복음화와 세상 속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가 퍼져나가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8. 사랑하는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 형제자매님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도전을 직면하면서,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마음 깊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도전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기회로 삼읍시다. 슬픔 속에서 참된 기쁨을,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이 도전에 직면하여 서로 한 형제로, 함께 친교를 나누며 참여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갑시다. 희년을 맞아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은총으로 우리 교구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갑시다.
대전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성모님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중개로 희년을 좋으신 하느님께 맡겨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20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