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5719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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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19년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예수님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요한 20,9)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가득하시길 빌며, 기쁨으로 부활 인사를 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예수님의 부활을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마음껏 축하할 수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한국교회 역사를 보면, 신앙 선조들이 부활절을 기뻐하는 잔치 중에 관아에 끌려가는 마음 아픈 장면이 있는데, 부활 인사를 이렇게 자유롭게 나눌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 복음(요한 20,1-9)으로 들어가 봅시다.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본 제자들은 시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토록 예수님 가까이에서 부활하시겠다는 말씀을 들어왔던 그들도 부활을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사실, 이들의 반응은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부족함 없이 누리며,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활을 믿는 우리 모습이 놀랍기조차 합니다.
이 지점에 서서 부활을 기뻐하는 우리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는 어떻게 부활을 믿게 되었을까? 예수님의 부활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내 삶에 얼마나 큰 희망을 주고 있을까? 나의 부활 신앙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힘들고 견디기 힘든 일을 만날 때,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그 고통을 견디는 위로와 힘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이 질문 앞에 분명한 것은 신앙이 하느님의 선물로 우리 마음에 심어진 신비라는 사실입니다. 부활 신앙은 그 정점에 놓인 신비입니다. 부활 신앙은 그리스도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희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기준입니다. 부활을 믿을 때, 예수님의 죽음을 보며 분노하고 슬퍼하던 마음을 거두고 세상으로 나와 비로소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성경은 영화기록물처럼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사건을 경험했는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확인하는 부활체험을 통해 성경의 부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됩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변화되는 제자들의 모습(루카 24,13-35 참조)도 그렇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변화되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부활체험을 포함한 우리의 하느님체험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성경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의 부활체험은 언제 일어날까요? 우리 시대의 부활체험은 다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이전보다 예민하게 느끼며 함께 아파할 때, 당장 손만 뻗으면 내 것이 될 이익을 양심의 움직임에 따라 포기할 때, 아무 희망이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을 견디며 가느다란 빛의 인도를 따라 걸어갈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심지어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는 메마름 속에서 하느님만을 믿으며 사랑을 실천할 때,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 중에서도 알 수 없는 평안이 나를 감쌀 때, 불의와 거짓 앞에 타오르는 분노와 보복하려는 마음을 삭이고 보다 나은 세상을 건설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분출할 때, 바로 이때 합리성을 넘어서는 초월의 신비를 경험하며 부활 신앙이 우리를 이끌고 있음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부활을 믿고 신앙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은 당장 보이는 절망의 유혹을 이기고 세상의 누룩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죄와 악에 타협하지 않으며, 선과 정의와 평화를 ‘지금 여기’에서 가꾸어가는 사람입니다. 분단 앞에서 일치를 꿈꾸고, 차별과 지배의 문화를 거슬러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며, 경제적인 잣대로 존재의 가치를 평가하는 흐름에 맞서 생명의 신비와 배려의 풍성한 열매를 증거하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미움과 전쟁의 야욕이 지구촌의 지도자들에게까지 퍼져나가는 현실 앞에서 기쁜 소식을 선포해야 합니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만한 세상, 삶이 기쁨이며 축복인 세상, 창조하신 모든 존재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세상, 악의 모습에 가려진 인간의 선함을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나오는 평안과 사랑의 향기가 세상을 밝히고, 교회 안으로 세상을 초대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깜깜하고 잔인한 세상을 비추는 희망의 불빛이 되고, 하느님을 보여주는 성사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자매형제 여러분,
교회의 사명은 선교와 복음화로 집약됩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작용하며, 그리스도인이 삶에서 증거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실현됩니다. 현대 교회의 위기는 교회의 사목과 신앙인의 삶이 그리스도의 현존과 사랑을 증거하지 못하는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대전교구는 현대 세계의 징표를 읽고 교회 자체와 세상의 복음화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모범을 보이고자 시노드를 개최하였고, 이제 그 장대한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의 시노드는 부활 신앙에 뿌리를 두고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한 결단입니다.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려는 교구 시노드는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예수님의 부활, 곧 “예수님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요한 20,9)는 말씀에 기초합니다. 저는 지난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기쁘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대전교구 시노드 개최”를 선포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를 찾아오셔서 주신 말씀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함이었습니다. 특별히 교황님의 권고인 『복음의 기쁨』과 우리 교구 정체성의 뿌리인 ‘순교영성’을 바탕으로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마음을 모아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를 함께 고민해 가고 싶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감동으로 눈을 뜨게 된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시노드를 통해 우리와 함께 걸어주시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걸어온 교구 시노드는 4월 27일 솔뫼성지에서 폐막 미사를 통해 ‘최종문헌’을 발표할 것입니다. 폐막은 마침이 아니라, 모두 함께 고민하고 걸어온 대장정의 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작년에 있었던 ‘세계주교 시노드’에서 교회의 사목은 바로 시노드 사목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대전교구의 사목도 부활하신 예수님과 이웃과 함께 걷는 시노드 사목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시노드를 시작하면서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십시오.”(1베드 4,10)라는 주제성구를 선택하였습니다. 더불어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7)는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더 많이 봉사하여 시노드를 살아가는 ‘첫째’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함께라면 갈 수 있는 길, 함께여서 갈 수 있는 길, 함께이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차이가 이해로, 이해가 일치로 변화되는 신비의 여정을 이끌어주시리라 믿으며, 우리 모두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시노드를 마치며, 새로운 여정을 함께 걸어갑시다.

다시 한번, 우리 교구 시노드가 걸어온 모든 여정에 감사드립니다. 좋으신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 올려 드립니다. 성모 마리아님, 우리의 장한 신앙의 선조님들, 그리고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시노드를 통해 우리 교구 공동체가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 시노드를 살아가는 새로운 여정에 모두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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