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8522
  • 글쓴이 : 김로사
  • 작성일 : 2021/10/01
  • 조회수 : 545

묵주

🌹 묵 주

천주교 신자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두개 혹은 여러 개의 '묵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연세 드신 할머니일수록
닳아서 윤이 나는 묵주가 손에서 떠나지 않는다.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동작을 하는 이외의 시간에 

묵주 기도를 바치는 것이 생활이니까.

어리고 젊었을 땐 이쁜 묵주를 챙겼다.
기도도 잘 하지 않으면서...
서른 무렵에 은으로 된 묵주를 선물 받으며,
'은'으로 된 물건은 한 번 손이 가고서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변색이 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빛의 신비'가 나오기 한참 전,
1989년 2월 26일부터 
매일 최소한으로 정한 분량인 

15단을 바치기로 주님께 약속을 드렸던 터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비록 잡념과 분심 중에도 바쳤다.

그리고 빛의 신비가 더해지면서 최소한의 분량도 늘었고.

2014년 4월 27일 성인 반열에 드신
(축일은 10월 22일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25년 첫 날인 2002년 10월 16일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공생활에 관한 내용으로, 교서를 통해 반포하셨다.
그리스도 일생 전체에 대한 온전한 ‘복음의 요약’이 되려면, 

그리스도의 강생과 드러나지 않은 생활인 환희의 신비를 묵상한 다음,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의 신비, 

부활의 승리인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기 전에 

그리스도의 공생활에서 특별히 중요한 몇몇 순간들을 

묵상해야 맞다는 취지에서 
‘빛의 신비’라는 현의를 삽입하게 하셨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9,5)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선포하고 묵상하도록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 생애에 다섯 가지 중요한 순간들,
곧 빛의 신비를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제시하셨다.
'묵주 기도'가 그리스도 중심적인 기도라는 것을 

확고하게 가르치기 위함이며,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사이의 공생활의 신비들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셨던 것이다.


그리고 묵주 기도에 '빛의 신비'가 더해지면서
사실 나는 (부끄럽게도) 내심 부담을 갖기도 했다.
^ ^ 잠시였지만...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라기보단 무언가 얻고자 하는
미성숙하고 어린 신앙이어서 그랬다.
그리고 '빛의 신비'의 현의에 대한
신심의 깊이가 아주 조금 자라면서
이 심오한 뜻에 나의 감성과 이성과 상관 없이
저절로 마음이 숙여지는 걸 느꼈다.
마흔 초반이 되면서 자꾸만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은으로 만든 묵주를 고쳐쓰다가,
자주 끊어지는 것이 번거로워서

나무로 깍아서 튼튼한 실로 매듭지어
만든 묵주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는
다른 재질의 묵주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다. 

축일 혹은 성지순례 다녀 온 지인들이
선물로 주는 다양한 묵주들...
그 묵주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게 되는데
사실 마음 속으로는 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준 사람과 주게 되는 사람 모두에게.
그래서 그런지 묵주를 구입해서 선물할 때에도
나무 매듭 묵주 외엔 다른 묵주를 선물하지 않게 된다.

요즘에는 묵주를 만드는 이들도 많고 재질도 좋아져서 

고급 원석에다 강도가 강한 실로 매듭을 지어 만들어진 묵주도 

더러는 선물로 받게 되는데,
날씨가 추운 계절엔 그 차가운 느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손이 가질 않지만...

그럼에도 예외로 단 하나의 묵주가 있다.
(온정이 담긴) 선물로 받은 것이라 할 수도 없는...
그냥 어찌 받게 된 검정색 원석의 묵주.
주석으로 된 십자가와 성모상이 닳아질만큼 바치는 묵주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묵주는 잘  끊어지지 않고, 

기도할수록 윤기가 도는 튼튼한 묵주가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심과 잡념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해도
나이가 더해지면서 최소한의 묵주 기도도
곱이 되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생명의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더 나이가 들면 기도도 더 늘어나겠지...
할머니가 되어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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